[기고]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프랑스의 문명비평가 기 소르망은 “오늘날 국가의 운명은 국가 이미지, 곧 문화가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산업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가 이미지 및 브랜드 가치가 한 단계 상승하면 상품의 수출 가격을 10% 이상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면 대외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도 매끄럽고 유리하게 풀어갈 수 있다. 국가 이미지는 다양한 측면에서 국가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좌우하는 요소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총소득 중 수출입에 의존하는 비중이 약 81%에 달하는 등 경제적 대외의존도가 높고 정치·안보 면에서도 한반도 밖의 정세와 동향에 민감한 국가다. 따라서 한국을 세계에 제대로 알려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연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이미지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한 국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의 총체로, 이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문화를 핵심으로 하는 ‘소프트파워’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 각국은 소프트파워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특히 중국은 연간 1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해외문화홍보원은 1971년 문화공보부 소속 ‘해외공보관’으로 출범했다. 현재 31개국에 41개소의 재외한국문화원과 문화홍보관을 두고 있다. 출범 당시만 해도 해외 홍보는 북한의 해외 선전에 맞서 정부 시책을 홍보하는 ‘체제 홍보’ 중심이었다. 이후 1980년대에는 경제성장에 걸맞게 ‘문화 홍보’로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2000년대에 이르러 주요 정책의 해외 홍보와 국가 이미지 홍보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문화 홍보와 정책 홍보를 아우르는 균형 잡힌 국가 홍보를 지향하고 있다.

앞으로의 해외 홍보는 국제 사회에서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의 일방향적 문화 홍보는 상대국의 반발 및 경계심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국가와의 문화 교류는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제고해 개인과 사회의 풍요를 증진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 역할도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한 공공조직 및 민간의 다양한 주체들의 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조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재 많은 지자체가 외국의 정부, 도시, 단체들과 자매결연 및 교류를 맺고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있으며, 많은 국내 문화예술단체들도 활동 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이들의 문화 교류 활동이 안정적으로 지속될 때 우리 문화의 저변이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국가 이미지도 높아진다. 이에 해외문화홍보원은 한국과 영국의 예술기관 및 예술가 간 협력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2017~2018년 ‘한·영 상호교류의 해’를 지원하는 등 각종 문화예술 교류 행사를 추진하고 현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 문화가 상대국과의 협력을 통해 해외에 소개되고 그들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을 때 국가 이미지 또한 더욱 높게 평가될 것이다. 우리 사회도 국제 사회에서 상대 국가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균형 있게 유지해 나간다면 지구촌 가족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해외문화홍보원도 문화 교류의 매개자이자 촉진자로서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문화강국으로서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영우 < 해외문화홍보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