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문제가 있는 사업 예산은 과감히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4769억원에서 올해 7492억원으로 4년 새 57.1%나 늘어난 콘텐츠 부문 예산이 당장 도마에 올랐다. 2년간 2억원을 들인 ‘코리아체조’가 한순간 밀려나고 대신 등장한 ‘늘품체조’도, 문화벨트도 정리 대상이다. 문체부 예산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지경이다. 정부가 사업을 벌일 때는 그 타당성을 극구 주장하더니 이제 와서 정리한다고 법석이다. 정치권 역시 최순실 관련 사업 예산은 모조리 삭감하겠다며 벼르는 중이다. 그 불똥이 문체부를 넘어 미래창조과학부 등으로 번질 기세다.

어쩌다 국가예산이 이 지경이 됐나. 국민 세금이 단 한푼이라도 들어가는 사업이면 주무부처부터 기획재정부, 국회 등 관문을 일일이 다 거쳐야 한다. 한데 이 모든 문이 제멋대로 열리고 닫혔다는 얘기와 다르지 않다. 검찰은 권력 측근들의 ‘예산 놀음’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문제는 정부 예산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게 비단 이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60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2453개 국가 보조금 사업도 이전투구의 장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보조금은 문화·체육은 물론이고 복지, 농업, 노동, 건설·교통, 심지어 R&D까지 은밀한 거래로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최순실 의혹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정치권부터가 그렇다. 예산 심사만 시작되면 쪽지예산이 난무한다. 예산 증가분에서 쪽지예산이 차지하는 몫이 평균 30~40%에 달할 정도다. 더구나 온갖 시민단체까지 손을 벌리는 선거철이 다가오면 더욱 심해진다. 이렇게 은밀한 비선과 부패가 판치니 그 누군들 숟가락을 놓으려 덤벼들지 않겠나. 결국 국가예산이 만신창이가 됐다.

최순실 의혹 예산만 해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권 내부의 야합이 있었을 개연성이 높다. 검찰이 명백히 밝혀야 할 건 이런 부분이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제멋대로 갈라먹어도 되나. 분노가 절로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