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 외환 등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더욱 심해졌다. 유가급락에 따른 가격하락에다 수요 감소로 1월 세계 무역액은 전년 대비 12%나 급감했다. 중국발(發) 위기설이 가중되는 가운데 일본까지 마이너스 금리라는 극단 조치를 감내했으나 엔고 등 엉뚱한 결과만 초래되는 판이다.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최근에는 미국 경제에도 불확실성이 커져 미국 중앙은행 역시 금리 방향에 확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가시거리는 최근들어 더욱 짧아졌다. 중첩된 위기 징후가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경제는 이런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의 파고에 노출돼 있다. 1월 수출 18.8% 감소, 원화가치 하락, 추락하는 생산성 등 험로는 한둘이 아니다. 세계 경제의 활로는 무엇이며, 우리 경제의 도약 루트는 무엇인가.

어제 열린 ‘2016년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는 그에 대한 진지한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한경TV와 한경미디어그룹이 주최한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전문가들도 어려운 시기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절망적 상황은 아니라는 주장도 많았다. 주제연설에 나선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돈을 푼다고 위기가 해소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은 정밀과학도, 만능도 아니다”고 토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집값 분석모델인 ‘케이스-실러지수’ 개발자이기도 한 그는 기업인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즉 기업가 정신 고취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지가 ‘최근 10년 내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로 꼽은 타일러 코웬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는 실패작’이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본란에서 누차 강조한 저금리의 오류, 중앙은행의 경기대응 한계가 거듭 확인된 셈이다.

비관의 악순환 즉, 장기침체에 대한 과도한 우려야말로 경기회복의 장애물이라는 실러 교수의 지적이 맞다. 기업가 정신에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말도 지극히 온당하다. 결국 규제혁파로 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유도하고 기술혁신과 생산성 제고에 나서는, 정도(正道)로 나아가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