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사보기자로 3년 정도 활동한 적이 있다. 그 시절 쫓기는 심정으로 느꼈던 마감 압박을 이십여 년이 지난 요즘 여기에 글을 실으면서 다시금 느끼게 됐다. 모자란 글솜씨는 여전해도 당시와 분명히 달랐던 점은, 단순한 시간 쫓김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들을 깊이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행복한 압박이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었다. 작년 가을 대학생들과 함께한 작은 강연회에서 내가 젊은 청춘들에게 들려줬던 얘기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자에게 꿈은 현실이 된다’였는데, 돌이켜보니 도리어 내 자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업을 하며 큰 이정표가 된 책도 떠올랐다. 몇 년 전 읽은 라젠드라 시소디어 교수 등이 집필한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라는 책이다. 책 내용은 이렇다. 우월한 시장 환경, 뛰어난 전략과 전술, 과감한 투자와 추진력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은 이미 세상에 수없이 널려 있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고객과 직원을 사랑하고 제반 모든 환경에 애정과 관심을 가질 때 100년 이상을 바라보는 기업이 될 것이며 그것이 곧 ‘사랑받는 기업’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이 ‘사랑받는 기업’의 가치에 청춘의 꿈을 입히고 싶다.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현실로 이뤄낼 잠재력이 무한한 때가 청춘이다. 지금의 이디야커피가 바로 청춘이고, 청춘의 시간 속에 내가 서 있다. 커피전문점 시장이 포화상태가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올해 800호점을 넘어 내년 1000호점을 돌파하고 업계 1위로 도약할 꿈이 있다. 커피전문점을 넘어 인스턴트 커피나 캔커피 시장 진출 등 커피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힐 꿈이 있다. 커피박물관, 연극 등 문화예술공연장, 커피아트학교 등 문화 속에 커피 향을 가득 담을 꿈이 있다.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으로 묵묵히 걸어온 11년 저력을 이제 세계에 알릴 꿈이 있다. 가능성과 긍정의 힘, 이 청춘의 꿈을 안고 전국으로, 세계로, 그리고 고객에게 달려 갈 것이다.

사랑받는 기업의 꿈을 이루기 위해 커피 맛부터 다시 잡고자 한다. 본질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경영 가치를 다시 세우려 한다. 그래서 팍팍한 삶에 잠시나마 여유를 주고, 늘 깨어있는 영혼의 친구로 존재하는 이디야 커피를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 커피가 가진 색과 향과 문화를 버무려 그 블랙의 행복을 나누고 싶다.

여기에 글을 실어온 두 달간 여정을 마무리하며 미천하고 두서 없는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린다. 어린 시절 부터 일상의 단상을 넘어 미래의 시간을 그려 본 행복한 압박의 시간이었다. 또한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소중한 추억이 됐다. 부족했지만 감사했고 정말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