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1일부터 우리나라는 선진 원조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국으로서 원조공여국 일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부산에서 OECD DAC의 최고위급 포럼(HLF-4)이 열릴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부터 127억달러에 달하는 대외원조를 받았다. 본격적인 경제개발기에 지원받은 공공차관까지 합하면 약 331억달러 규모의 지원 아래 각종 경제 · 사회 인프라를 건설해 경제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충체육관도 1963년 필리핀에서 원조 받아 필리핀 설계회사와 건설회사가 건립했고,1960년 중반부터 독일의 기술원조로 직업훈련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등 여러 형태의 외국 원조를 받았다.

지속적인 경제개발 계획의 성공과 경제규모 확대에 따라 국제적 지위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했다. 그 후 본격적인 대외원조를 시작해 1993년에 처음으로 그 규모가 1억달러를 넘어섰고,2008년에는 8억234만달러를 기록해 신흥 원조공여국으로서 그 역할을 넓혀 나가고 있다.

OECD DAC는 장기간에 걸친 개발원조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이 빈곤 타파 등 기본적인 경제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반성으로 원조 효과를 높일 방안을 놓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2005년 '파리선언'을 채택해 원조 효과성 제고를 위한 5개 원칙으로 개도국의 주인의식,공여국과 개도국 간 일치,공여국 간 원조 조화,개발성과 관리,상호 책임성을 제시했다.

내년에 열릴 OECD DAC 최고위급 포럼에서는 최근 급변하고 있는 세계 경제여건 및 개발환경을 반영,기존 원조 효과성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국제사회의 논의를 개발성과라는 보다 넓은 맥락에서 다루게 될 예정이다.

이 같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향후 개발논의에서는 중국 인도 등 새로운 개발주체의 등장,무역 투자 조세 등 보다 광범위한 개발환경과 원조의 역할,중소득국 · 취약국 등 상이한 국별 환경 등의 주제를 반영함으로써 보다 포괄적인 국제사회 개발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활용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공여국의 개발경험을 통해 원조의 유용성을 입증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기존 사회개발 외에 개도국의 자생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하는 좀더 균형있고 포괄적인 개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원국(受援國)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개발경험을 바탕으로 DAC 회원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 성공사례를 공유하고 포괄적인 글로벌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는 개발의제 채택을 위해 주도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그 결과 참가국들은 '서울 개발 컨센서스'에 합의했다. 개발원칙으로는 경제성장 집중,글로벌 개발 파트너십,민간부문 참여,기존 개발논의에 대한 보완 등에 합의했다. 또 인적자원 개발,식량안보,금융소외계층 포용,개발경험 공유 등 분야에 대한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에도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경제성장 중심의 G20 서울 정상회의 개발의제와 원조효과성 중심의 OECD DAC 최고위급 포럼 간에는 연계 및 상호 보완 가능성이 충분하다.

앞으로 최고위급 포럼 준비과정에서 시너지 창출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국제 원조사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한 '부산 선언'이 채택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신일성 < 딜로이트안진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