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세계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이 2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필자가 처음 한국을 방문했던 2003년보다 아홉 계단이나 상승한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놀라운 성장과 경제 회복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11월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돼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드높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놀라운 역량과 성장이 국가 경쟁력과 국제 무대에서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있다. 필자는 삼성 LG 현대와 같은 한국의 글로벌 기업 이미지가 '저렴한'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에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로 변화해 가는 것을 목격해 왔다. 이제는 전 세계의 소비자들로부터 사랑과 믿음을 받고 있다. 필자의 가족도 한국 브랜드를 애용하고 있다. 호주와 폴란드에서는 현대자동차를 탔었고 삼성이 만든 TV가 가장 좋다는 손자의 추천에 따라 호주에 이어 홍콩에 살았을 때도 삼성 제품을 이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금융업계는 아직 글로벌 무대에서 제조업만큼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다. 첫째,금융서비스 부문은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하려면 훨씬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가격이나 상품의 특징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경쟁사와 다른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는데,이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자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이익 창출에 대한 요구와 해외 금융회사들의 한국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인해,글로벌 무대로의 사업 확장은 필수불가결하다. 물론 이것은 반가우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글로벌 무대로 진출을 꿈꾸는 금융회사라면 먼저 인재 양성을 통해 성공의 기회와 속도를 향상시킬 것을 제안한다.

국경을 넘어 동일한 상품을 수출하는 제조업의 경우 해외에서 대체로 유통과 영업 역량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은행이나 보험은 대부분의 국가 규정이 상품 개발에서 등록,관리까지 해당 국가 내에서 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지식과 경험이 풍부하면서 본사와 각 지역 문화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를 가진 글로벌 인재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경과 문화,규제를 초월한 장기적인 리스크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본사와는 확연히 다른 지역 문화와 규제 체제에 영향을 받는 현지 임직원들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즉 언어능력보다 중요한 것이 글로벌 사고방식이다.

뚜렷한 목표와 방안이 정해졌을 때 한국인만큼 이를 빨리 달성하는 민족은 없을 것이다. 이는 유수의 글로벌 기업을 물리치고 업계 최고 자리까지 올라간 한국의 제조 기업들이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빠른 시일 내 한국에서도 '금융의 삼성전자'가 탄생해 글로벌 무대에서 함께 경쟁할 날을 기대해 본다.

존 와일리 ING생명 대표이사 사장 J.Wylie@mail.ing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