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메슈티컬 전쟁…화장품 시장 넘보는 제약사
국내 제약사들이 앞다퉈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의약품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규제가 까다롭고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의약품과 달리 화장품은 비교적 적은 투자 비용으로 이른 시일 안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장품 사업을 수익 모델로 삼아 사업 다각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은 1일 뷰티·헬스 전문 자회사 ‘유한필리아’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사내 미래전략실에 있던 뷰티 신사업팀을 자회사로 독립시킨 것이다. 유한양행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꾸린 다양한 신사업팀 중 화장품 분야를 첫 번째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선택했다. 박종현 유한양행 부사장이 유한필리아 대표를 겸직하고 사내 마케팅, 디자인팀 등 12명으로 시작해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우선 유한양행에 필요한 뷰티 제품을 공급하고 오는 3분기 자체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며 “유한양행의 제약 기술과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오 벤처기업도 줄줄이 화장품을 출시하고 있다. 파미셀은 식물 줄기세포 화장품 브랜드 ‘셀바이텐’을, 테고사이언스는 자회사 큐티젠랩을 통해 줄기세포배양액이 들어간 화장품 브랜드 ‘액트 원 씬 파이브’를 선보였다. 피부과에서 제한적으로 공급되던 줄기세포 화장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소비자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화장품 업계는 바이오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 1위 업체 유한양행까지 시장에 진출하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동국제약 일동제약 등 중견 제약사들이 두각을 나타내던 틈새 시장에서 매출 1조원이 넘는 대형 제약사까지 뛰어들면서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너도나도 뛰어들다 보니 화장품 시장이 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회사가 오히려 기능성 화장품 시장을 키우고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는 분석도 있다. 제약사표 화장품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다. 동국제약은 마데카솔 연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한 화장품 마데카크림이 히트를 치자 자체 브랜드 ‘센텔리안24’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 배양액 함유 화장품 ‘셀피움’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등록했다.

전예진/김근희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