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는 핀란드의 핵심이었다. 노키아가 무너지면서 핀란드 경제는 침체에 빠졌다. 한국에서 삼성 역시 경제의 큰 축이다. 노키아와 삼성을 비교해 삼성이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재벌을 개혁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병태 KAIST 교수는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지적한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정규재 NEWS] "삼성과 노키아, 단순비교로 재벌개혁 주장은 잘못"
지난달 30일 방송된 정규재뉴스 ‘이병태 교수가 말하는 노키아와 단일기업경제(One Firm Economy)’에서 이 교수는 삼성과 노키아를 비교하며 범하는 여러 가지 오류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먼저 단일기업경제란 한국과 핀란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웠다.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 네덜란드의 로열 더치 셸(Royal Dutch Shell), 스위스의 글렌코어(Glencore), 노르웨이의 스타토일(Statoil ASA) 등 한 회사가 한 국가의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단일기업경제 사례는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작은 비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노키아와 삼성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과장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노키아보다 더 다각화돼 있다. 노키아처럼 스마트폰 사업이 없어진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 최근 미국의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할 뿐만 아니라 사업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삼성은 노키아처럼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중에서 특히 인기가 있는 것은 게임 관련 스타트업이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만든 로비오(Rovio)를 비롯해 텐센트가 인수한 클래시 오브 클랜의 슈퍼셀(Supercell) 등 유명한 스타트업이 많다. 이를 놓고 노키아가 무너지니까 스타트업 붐이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창업한 사람들이 노키아에 있을 때보다 개인 소득세를 10배 이상 냈다는 성공 신화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이라며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고 하지만 핀란드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키아가 무너진 2007년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100으로 잡았을 때 다른 유럽연합(EU) 국가들은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성장하고 있지만 핀란드의 경제 규모는 2015년 95%로 줄어들어 침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가 재정 역시 2009년 이후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도 2008년까지는 낮았지만 이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은 2008년 16%에서 2015년 23%로 치솟았다가 최근 20%로 다소 낮아졌다. 이처럼 핀란드에서는 스타트업 붐이 일었다고 하지만 노키아의 몰락으로 침체된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망국론 같은 주장은 지극히 과장되고 단순한 논리다. 삼성이 노키아처럼 무너지지는 않는다. 재벌을 무조건 손보려는 것보다 창업자가 중요한 자산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더라도 차등의결권을 줘서 경영을 안정화하고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 주는 게 더 중요하다.”

김형진 정규재뉴스 PD starhaw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