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제리 화사한 봄을 입었다
올봄 란제리가 더 여성스럽고 화려해졌다. 최근 패션업계에서는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나 남녀의 성별 경계를 무너뜨리는 젠더리스 흐름이 강했지만, 란제리만큼은 이런 움직임에서 비켜나 있다.

빅토리안 시대로 돌아간 듯 하늘하늘한 러플과 레이스로 장식한 란제리가 대세다. 비비안은 올봄 신상품으로 가슴 아래쪽에 화려한 러플 장식을 넣은 브래지어와 순백의 레이스를 가미한 여성용 가운을 선보였다. 엘르이너웨어는 브래지어의 컵과 날개 부분까지 하나의 레이스로 처리한 화사한 핑크빛 란제리를 내놨다.

강지영 비비안 디자인팀장은 “러플과 레이스는 여성스러움과 관능미를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소재지만 겉옷을 얇게 입는 봄철 란제리에서는 많이 쓰지 않던 소재”라며 “올해는 너무 튀지 않는 톤으로 색상을 가라앉혀 과감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란제리 화사한 봄을 입었다
화사한 꽃무늬에 섬세한 자수를 더한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봄에 활짝 핀 꽃을 표현하되 너무 크진 않도록 세련되게 장식하고, 작고 반짝이는 큐빅 장식이나 보색 레이스를 더해 포인트를 준 신상품이 많이 나왔다. 바바라와 트라이엄프는 꽃무늬 자수를 더한 란제리를 출시했고, 비비안도 컵 위에 들꽃 그림을 수놓은 브래지어를 선보일 예정이다.

색상 측면에서는 사랑스러운 느낌의 파스텔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동안 흑백이나 무채색 계열이 강세를 보였지만, 올봄에는 밝고 가벼운 색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전했다. 연분홍 계열의 로즈 쿼츠, 부드러운 하늘빛의 세레니티 컬러가 특히 인기다. 비비안과 비너스는 개나리꽃을 연상시키는 옐로, 레몬 계열의 브래지어도 내놓기로 했다.

란제리업체들은 착용감을 높이고 여성의 몸매를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치열한 기술력 경쟁을 벌이고 있다. 기존보다 브래지어의 앞쪽 중심을 높게 설계해 가슴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브래지어 위에 덧입는 보디슈트나 보디셰이퍼를 찾는 여성도 늘고 있다. 브래지어 아래쪽을 한 번 더 받쳐주는 역할을 해 ‘볼륨 업 효과’가 한층 높아진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