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수 700, 코스닥 새 출발 시작됐다
코스닥지수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700을 넘어섰다. 2008년 1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700선이 무너진 이후 7년4개월 만이다. 코스닥시장은 무려 6년여를 지수 500선 언저리에 갇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코스닥시장은 ‘투기시장’, ‘부품주시장’,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대상으로서의 매력도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올 2월 지수 600 돌파는 코스닥시장이 또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당시를 상기하며 ‘거품’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던 당시 분위기는, 이후 코스닥지수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700선까지 올라서자 대체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즉, 지수 700 돌파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장기적 전망을 ‘판단 유보’에서 ‘긍정’으로 돌려놓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11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코스닥시장의 상승은 글로벌 증시 상승 등 시장주변 여건의 개선에서 비롯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 상승 추세를 이끈 동력은 코스닥시장의 달라진 모습과 투자자들의 신뢰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2000년 당시 불과 10개월 만에 지수가 80% 이상 하락하는 초유의 거품붕괴 사태를 경험한 코스닥시장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부실기업을 솎아내는 과정에서 진통도 없지 않았다. 형식적 기준이 아닌 질적 심사를 통해 한계기업을 퇴출시키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가 대표적이다. 도입 당시 퇴출 대상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제도 안착까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과감한 시장관리를 통해 6년간 293개의 부실기업을 퇴출시켰다. 전체 상장기업의 4분의 1이 넘는 숫자다.

또 코스닥에 따라다녔던 ‘작전’이라는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 불공정거래 관리에도 파격적인 대책을 추진했다. 금융당국·검찰·거래소가 연계한 증권범죄수사 패스트 트랙이나 각종 테마주 등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과열 종목 지정제도 등은 해외에서도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든 특단의 조치들이었다.

이런 시장정화 노력의 결과, 코스닥시장의 체질이 과거 거품붕괴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횡령·배임·불성실공시·관리종목 등 각종 불건전 사례가 눈에 띄게 줄었고, 코스닥종목의 주가변동성도 2000년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상장기업들의 펀더멘털도 개선돼 작년 코스닥 상장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2005년에 비해 각각 57%, 52%, 120% 이상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이 유가증권시장과 차별화되는 고유의 역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래성장형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돼야 한다. 대표적 신성장산업인 소프트웨어, 바이오·제약·헬스케어, 문화콘텐츠산업에 속한 기업이 코스닥시장의 핵심으로 포진하고 있다는 점은 코스닥시장의 정체성 및 차별적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 코스닥시장 발전을 이끌어가는 두 축은 ‘지속적인 시장 건전성 확보’와 ‘상장 활성화’여야 한다. 시장의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시장건전성 확보와 차별적 경쟁력의 원천인 미래 성장기업의 상장 활성화는 시장의 수요기반 확충과 매력있는 신상품(기업) 공급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시장은 사회적 공기(公器)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시장참가자 모두는 시장을 활용하되 선용(善用)해야 하고, 모두의 소중한 국가적 재산으로 가꿔나가야 한다. 뼈아픈 실패의 경험을 딛고 오랜 단련 시간을 거친 코스닥시장이 기업에는 희망의 아이콘으로, 국민에게는 저성장 시대의 새로운 투자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재준 <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