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사진·60)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경영 스타일을 ‘돌직구’라고 평가한다. 한번 결정하면 망설임 없이 실행하기 때문이다. 2011년 7월25일에도 그랬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 결렬돼 글로벌 증시가 휘청였다.

시장에선 이날로 예정됐던 KG케미칼의 이니시스 인수계약이 성사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니시스의 주가도 급락하자 KG 측에서 가격협상을 다시 하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모두 예측했다. 그러나 곽 회장은 “오늘 그냥 합시다”며 계약서에 사인했다.
[마켓인사이트] KG그룹 "가치창출 기업은 업종불문"…화학·IT·금융·미디어 거침없는 M&A
○“두려움 없는 7만6000원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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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회장이 대전에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것은 40년 전이다. 당시 호주머니에 있던 7만6000원이 10개 계열사에 매출 1조원의 KG그룹을 만든 쌈짓돈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 인생 본전은 7만6000원이다. 본전은 이미 뽑았으니 뭐가 두렵겠나.”

기업인 곽 회장의 도전이 처음 시작된 것은 1985년 건설플랜트업체 세일기공을 세우면서부터다. 이 회사로 종잣돈을 모아 2003년 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이었던 비료회사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을 인수했다.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면 업종을 불문하고 사들인다는 게 그의 인수합병(M&A)원칙이다.

그후 10년간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M&A에 나섰다. 2005년 시화에너지(발전·현 KG ETS)를 시작으로 옐로우캡, 제로인, 이니시스, 웅진패스원 등을 계속 사들였다.

그 결과 화학 물류 에너지 정보기술(IT) 교육 금융 미디어 등 7개 부문에서 1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매출은 10년 만에 1000억원대에서 1조원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KG그룹은 2020년 매출 목표를 10조원으로 잡고 있다. 앞으로 7년 안에 덩치를 또 10배 불리겠다는 공격적 성장 전략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40%씩 매출이 늘어나야 한다. 지난해 상장법인 1541개, 비상장 주요 기업 169개의 평균 매출 증가율이 0.7%임을 감안하면, ‘자연 성장’만으론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다. 공격적인 추가 M&A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앞으로 7년간 10배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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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 일각에선 M&A 성장론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무엇보다 M&A의 돈줄 역할을 하면서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인 KG이니시스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것을 문제로 꼽는다. 전자지급결제대행(PG) 시장은 2010년에 전년 대비 42.7% 급신장한 뒤 작년 17.4%로 급격히 둔화됐다. 게다가 대기업인 LG유플러스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턱밑까지 추격해 왔고, 신세계는 PG법인을 신설했다.

KG이니시스는 계열사의 부실을 부담하는 문제도 안고 있다. KG이니시스는 KG옐로우캡의 최대주주다. 작년 KG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떠안았다. 작년에 유상증자로 투입한 70억원은 KG이니시스가 부담했다.

KG이니시스 관계자는 “옐로우캡을 지원한 것은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후방산업을 갖춰 결제와 택배사업의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G그룹은 올 들어 여러 차례 M&A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위니아만도, 동양매직, 인천종합에너지 등의 인수전에서다. 공격적 성향은 갖고 있지만, M&A 전략은 따라주지 못한다는 평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 지배구조 뜯어보니…
복잡한 순환출자…지주사 전환 가능성


KG그룹의 지배구조는 계열사 간 여러 개의 순환출자와 상호출자로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기업을 인수할 때 계열사들이 공동 출자하거나, 인수 이후 지분을 분산시킨 경우가 많아서다.

KG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엔 KG케미칼이 있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이 KG케미칼 지분 42.73%를 보유하면서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KG케미칼이 KG이니시스를 지배하고 KG이니시스는 KG모빌리언스, KG패스원, KG옐로우캡 등 주요 계열사의 최대주주 또는 2대 주주로 있다. 그 사이사이에 있는 계열사들은 서로 지분이 얽혀있다.

KG케미칼은 최근 몇 년간 인수했던 기업 지분을 KG이니시스 등 계열사로 잇따라 넘겼다. 예를 들어 KG케미칼은 KG이니시스를 인수한 뒤 이데일리와 KG옐로우캡의 지분을 각각 KG이니시스에 매각했다.

회사 측은 “사업 시너지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오너가 직접 소유한 KG케미칼의 재무구조 부담을 덜기 위해 현금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KG이니시스에 적자 계열사들을 넘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KG그룹은 KG케미칼을 물적 분할해 새 지주사를 세우거나 곽 회장의 장남 정현씨(32)가 주요 주주(지분율 32%)로 있는 KG상사를 활용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계열사 중에선 이미 사업 목적이 지주사업인 (주)KG란 회사가 있지만 자회사 지분을 모두 사들여 지주사 체제를 만들 만한 자금 여력이 없다. KG그룹 관계자는 “앞서 지주사로 전환한 기업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기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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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