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대부'에서 서민 지킴이로…김희철 '희만사' 대표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 올바른 처방전 더 필요하죠"
“빚을 지는 건 일종의 ‘유행병’인데 약은 많지만 적합한 처방을 내려줄 ‘의사’가 없습니다.”

김희철 희망만드는사람들(이하 희만사) 대표(사진)는 국내 서민금융제도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서민들에게 빚은 익숙한 존재가 됐지만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이끄는 희만사는 이런 ‘의사’ 역할을 자처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빚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등 복잡하고 다양한 서민금융상품 중 적합한 상품을 소개해주고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한때 잘나가던 VVIP 전담 PB(프라이빗 뱅커)였다. 1991년 하나은행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PB영업을 구축할 당시 이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은행업계에서 ‘PB업계의 대부’로 통하는 이유다.

VVIP만 상대하던 김 대표는 2008년 대구은행 부행장 재직 시절 당시 보건복지가족부가 운영하던 ‘저소득층 대상 부채 클리닉’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희만사를 구상하게 됐다. 그는 “30대에 연봉 2000만~3000만원 정도의 평범한 직장인도 자칫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빚에 허덕이다 가정불화를 겪고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다”며 “간단한 재무 컨설팅만으로 많은 사람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설립 초기에는 어려움도 따랐다.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고객의 경우 소위 ‘급전’을 제공해줘야 하기 때문에 희만사는 대부업체로 등록돼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기가 어려웠다. 결국 김 대표는 해외 인증에 도전했고 올해 1월 미국 국제인증제도 ‘비코프(B-Corp)’로부터 국내에선 세 번째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따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으며 희만사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고,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김 대표는 최근 자신에게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온 한 여성을 기억했다. 건강 악화로 직장을 잃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카드로 돌려막다 대부업체 돈까지 사용하게 된 여성이었다. 그는 이 여성의 재무상태를 고려해 신용회복위원회의 ‘워크아웃’ 제도를 소개해줬고, 이 여성은 지금 빚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김 대표는 “빚 문제를 해결한 이후 이들이 다시 잘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소비습관 형성 등 다양한 교육을 했다”며 “빚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어렵게 번 돈으로 떡을 사 들고 찾아올 때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강연회에 나서며 사람들에게 ‘빚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자살예방행동포럼 ‘LIFE’가 주최한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우연한 사고,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빚 문제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극복 과정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향후 심리치료상담소와 연계해 빚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재무컨설팅은 물론 심리적 치료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