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의 귀재’. 곽재선 KG그룹 회장(55·사진)에게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2003년 비료회사 KG케미칼(옛 경기화학)을 시작으로 1년에 1개꼴로 기업을 인수, 1400억원 안팎이던 그룹 외형을 8년 만에 6배로 키워 놓았다.

곽 회장이 지금까지 인수한 회사는 KG케미칼을 비롯해 열병합 발전업체 시화에너지, 택배회사 옐로우캡, 폐기물 처리업체 에코서비스코리아, 펀드평가업체 제로인, 온라인 매체 이데일리, 온라인 결제업체 이니시스, 휴대폰 결제업체 모빌리언스 등 8개다. 올초 시화에너지와 에코서비스코리아를 KG ETS로 합병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여의도 심팩빌딩 집무실에서 만난 곽 회장은 “아직도 허기가 진다”고 했다. 앞으로도 부단한 M&A 등을 통해 그룹 덩치를 더 키워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그룹 규모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2020년에는 그룹 매출 10조원 규모로 키워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직원수 1250명인 KG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8459억원. 모든 계열사가 영업흑자를 냈을 정도로 내실도 갖췄다. 곽 회장은 “올해 그룹 매출 1조원 달성이 무난할 것”이라며 “연내 KG ETS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곽 회장의 성장 전략은 두 가지다. 첫째가 M&A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 인수할 용의가 있다”며 “꾸준히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M&A 원칙은 확고하다. ‘1+1=2+α’라는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사세 확장 수단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각자도생(各自圖生) 전략이다. 계열사끼리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자는 것이다. 곽 회장은 “특정 최고경영자(CEO)나 계열사의 역량에 의존하지 않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경영 시스템을 갖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계열사들이 한 곳에 모여 그룹 전략 등을 논의하는 정례적인 회의조차 없다. 내부적으로는 계열사라는 표현도 쓰지 않고 가족사(社)라고 부른다.

곽 회장의 집무 공간도 일정치 않다. 월요일에는 부천에 있는 KG케미칼과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이니시스, 화요일에는 시화공단에 있는 KG ETS, 수요일에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모빌리언스로 출근해 업무를 챙기고 있다.

곽 회장은 기업도 사람처럼 생명을 가진 법인격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부실기업을 인수하면서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한 차례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철학 때문이었다.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직원들과 토론을 벌여 결론을 도출하는 그룹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 그는 “회사를 인수한 오너가 아니라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며 “처음에는 다들 낯설어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곽 회장은 가난 탓에 상업고등학교를 나왔고 건설회사 경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1985년, 발전설비 플랜트업체 세일기공을 지인과 공동으로 세우면서였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회사를 키웠지만 동업의 한계를 느껴 과감히 지분을 정리하고 KG케미칼을 인수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꼭 있어야 할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게 꿈”이라고 했다. 환경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그룹 이름 KG는 ‘Korea Green’의 알파벳 첫글자에서 따왔다. 곽 회장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면 다양한 기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