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전도사'로 변신한 패트릭 무어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전원공급 중단 늑장보고는 ‘사고’가 아닌 ‘사건’입니다. 이를 원자력 발전 전체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연결시켜서는 안 됩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단체 그린피스 설립자에서 원자력 전도사로 변신한 패트릭 무어 그린스피리트 스트래티지 회장(65·사진)이 15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환경토크쇼’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강연회의 사회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맡았다.

무어 회장은 강연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전문가답게 지난달 9일 12분간 전원이 끊긴 고리 1호기 사태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고리 1호기 사태가 시사하는 점이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선 “전원공급이 중단됐다는 점 자체는 큰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위험했던 것은 전원 공급이 쓰나미로 끊긴 뒤에 대체할 전력원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고리 1호기는 전원공급이 끊겼더라도 대체 전력원이 단계적으로 존재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에 대해 보고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어 회장은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즉시 보고’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라며 “사건이 있을 때 바로 보고해야 중요한 결함을 놓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국적을 가진 무어 회장은 한때 급진적인 환경운동가였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에서 생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1년 그린피스를 밥 헌터와 공동 창설했다. 초창기 핵무기 개발금지, 포경금지 등과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설점거 등을 하다가 수차례 구속되기도 했다.

무어 회장은 그러나 그린피스가 원자력 기술의 친환경성을 무시한 채 무조건 핵사용 금지를 외치고 네거티브 일변도의 강경투쟁을 고집하는 데 회의를 느끼고 1986년 자신이 창설한 조직을 떠났다. 이후 환경자문기관인 그린스피리트 스트래티지에서 원자력 전도사로 활동하며 임업·에너지와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환경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다.

무어 회장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원전의 안전성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각 에너지원별 인명사고 통계를 언급하며 미국의 스리마일, 러시아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공식 사망자 집계는 56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반면 1975년 중국 수력댐 붕괴사고는 2만6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인근 10만여명이 기아로 사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3000~5000여명의 광부가 유연탄을 캐다가 사고로 사망하고 있으며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공기오염으로 약 2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과연 수·화력발전소가 원전보다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원전의 전력생산비용이 낮다고는 하지만 이로 인해 에너지 낭비를 오히려 더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에너지 절약은 가격보다 습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는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식량·차량·생필품 등 모든 경제활동 비용의 상승을 불러 사회적 빈곤문제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며 “집에서 나올 때 전깃불을 끄는 습관이 에너지 절약엔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어 회장은 이어 “화석연료는 부존자원 고갈, 대기오염, 지역 분쟁 등의 이유로 안정적인 자원이 될 수 없다”며 “세계 에너지의 86%를 담당하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원전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