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나가수'와 변호사

주위에서 하도 인기라고 하길래 '나는 가수다'라는 TV프로를 봤다. 록이나 발라드 등 각각 다른 장르의 음악을 일직선으로 세워 놓고 순위를 정하는 게임이었다. 도대체 그게 가능할까 의문이었다. 사과와 배 그리고 바나나를 놓고 어떤 게 가장 맛이 있느냐를 묻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따지고 보면 법도 마찬가지다. 도둑놈과 추행범 중 누가 더 중하냐,아기와 노인의 죽음 중 어떤 게 더 무거우냐고 물으면 즉답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세상은 그런 걸 요구했다. 돈을 가진 고객이나 인기투표를 할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질적인 것들을,심지어 예술도 상품화해 자기 앞에 줄을 세울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의 심사위원도 전문 음악인이 아니었다. 10대부터 50대까지의 평범한 시민들이 그냥 즉석에서 감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들은 과연 어떤 잣대를 가지고 가수들의 순위를 매길까 궁금했다. 출연하는 가수들은 이미 가창력을 인정받은 한국 최고의 가수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출연한 일곱 명의 가수 중 한 명은 퇴장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무대였다. 겉으로는 표정을 관리하느라 웃지만 인기를 먹고 사는 그들의 내면은 목숨을 건 전쟁 같았다. 하도 긴장한 탓인지 이소라 씨는 눈을 깜빡거리고 입은 씰룩거렸다. 무대에 올라서자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버렸다면서 백지영 씨는 눈물을 흘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표정 속에는 꼴찌를 할지도 모른다는 극한적인 공포가 서려 있었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노래를 하는 게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혼신의 몸부림을 쳤다. 애절하기까지 했다. 그 중에 두 가수의 표정이 색달랐다. 국민가수로 불리는 김건모 씨의 얼굴에는 '그래도 나는 아닐 거야'라는 자신감이 스며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장난 같은 행동도 했다. 모두 불안해하는 절실한 상황에서 그의 위트와 장난이 곱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물론 후배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한 것일 수도 있었다. 또 다른 한 사람의 얼굴에서는 불안을 넘어 절망의 그림자가 짙게 배어 있는 것 같았다. 나머지 다른 가수들의 얼굴과는 비관의 농도가 달라보였다.

평가단의 결과가 나왔다. 탈락자는 국민가수 김건모였다. 그걸 보는 순간 아무리 뛰어나도 겸손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등을 돌린다는 진리를 확인했다. 그 다음으로 무대를 떠난 가수는 깊은 비관주의자로 보였던 가수였다. 노래를 잘해도 자기 확신이 약하면 결과는 패배였다. 살아남기 위해 부르는 그들의 노래를 듣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사람은 없어지고 무대 위에는 노래만 남아 있었다. 가슴 저미는 최고의 감동이었다.

변호사란 직업도 비슷하다. 이제 한국의 재판도 배심원이 하는 국민 참여재판이 시행되고 있다. 그들 역시 전문지식보다는 다른 기준으로 법정이란 무대에 서는 변호사를 평가한다. 가수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열창'을 하듯 변호사 역시 배심원과 판사 앞에서 변론이라는 '절창'을 해야 한다. 사람의 인생이 걸린 일이다. 목숨 걸고 최선을 다해야 국민이 원하는 일류변호사가 나올 것 같았다.

신영무 < 대한변호사협회장 ymshin@shinkim.com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