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중국 산둥성 북쪽 후지 지역에 사는 농부 류량민은 지난해 6600파운드의 면화를 수확했다.최근 면화 값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지만 그는 면화를 팔지 않았다.대신 두개의 방에 차곡차곡 쌓아뒀다.추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류 씨는 “앞으로 면화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며 “대다수 농가들이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으로 면화 값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중국 농가들이 면화 비축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세계 면화시장의 수급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자국 내 면화 농가가 2500만 가구에 이른다는 점에서 세계 면화 공급량의 9% 가량이 중국 농가에 저장돼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중국의 면화 비축에는 솜틀업자와 중간 유통업자들까지 가세하고 있다는 것이 WSJ의 분석이다.

중국은 블랙홀처럼 면화를 빨아들이고 있다.지난해 12월 중국의 면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두배 가량 증가했다.하지만 어디에 얼마 만큼의 면화가 쓰였고, 어느정도 남았는지는 철저히 베일에 쌓여 있다.농가 등에 쌓아둔 양과 수입 물량을 합치면 상당 규모의 면화가 사용되지 않은 채 중국에 쌓여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중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면화 재고량이 어느 정도인지 조차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최근들어 중국 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 면화 소비국가들까지 면화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면화자문위원회에 따르면 인도와 파키스탄 등 주요 면화 소비국들도 최근 자국 내 면화 생산량 및 재고,수입,수출량에 대한 데이터를 내놓지 않고 있다.기껏해야 3년 이상 지난 데이터만을 내놓고 있다.면화 수출 세계 3위 국가인 우즈베키스탄도 면화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멕시코도 마찬가지다.업계에서 ‘면화 미스테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때문에 가격이 더 올라갈지 아니면 폭락할지 어느 쪽으로도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면화 유통업자인 조던 리아 이스턴트레이딩컴퍼니 회장은 “중국의 사재기와 농가 비축 때문에 공급이 부족한 것인지,아니면 진짜 공급 물량이 부족한 것인지가 불확실하다는 게 가장 답답한 점” 이라며 “시장의 공포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지난 27일 미국 뉴욕국제선물시장에서 국제 면화 가격은 파운드당 1.6939달러로 마감해 1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그러나 하루 만인 28일에는 2.7% 급락했다.

공 웬롱 중국 국가면화정보센터장은 “면화 가격이 사재기와 관련된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와 있다” 며 “이런 문제가 언제쯤 한꺼번에 터질지 모른다는 게 업계와 시장의 가장 큰 두려움”이라고 말했다.그는 중국 내 농가 등에 쌓아둔 면화가 전체 연간 생산량(614만t)의 30% 선인 194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