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0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2.0%로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 회복세가 지속될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와 두바이 사태 등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점에 기준금리를 인상해 내년도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인 기업들을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4분기 경제 성적표가 나오기 전에는 자생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하기 어려워서 내년 1분기에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도처에 위험 신호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큰 첫 번째 이유는 경기가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3.2%를 기록하면서 7년여 만에 3%대로 진입했지만 재고를 위한 기업의 생산 확대의 기여도가 무려 2.8%포인트에 달하고 있고 재정지출 확대와 세제혜택의 효과가 의존한 면도 크다.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소득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실질국민총소득(GNI)은 0.4% 증가하는데 그쳐 2분기의 5.6%에 비해 큰 폭 둔화됐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월에 96.9로 전월 수준을 유지하면서 7개월간 이어진 상승세를 멈춰 회복세의 지속 여부가 의문시되고 있다.

두바이 사태로 세계적 금융위기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점이 확인된 데다 3분기 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신종플루가 겨우내 맹위를 떨칠 수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며 안정돼 있고 내년부터 3년간 적용될 한은의 중기 물가안정목표 범위가 아래, 위로 0.5%포인트 확대되면서 물가에 대한 탄력성이 높아진 점도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 "저금리 기조를 끌고 가는 데 따른 손실보다는 이득이 크다"라고 밝힌 이성태 한은 총재의 입장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연 연구원은 "경기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상승세가 멈춘데다 선행지수도 전월 대비 기준으로 6월부터 하락세를 지속하는 등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양상"이라며 "물가안정목표의 범위를 넓힌 만큼 이달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내년 1분기에도 인상 힘들것"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이번 달 동결될 뿐 아니라 내년 1분기에도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두바이 사태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현실화한 데다 국내 경제지표를 살펴봐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뚜렷한 명분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토러스증권 공동락 애널리스트는 "두바이 사태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불확실성이 입증됐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빠른 경기 회복세가 4분기부터 둔화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2%대에 머물고 있고 부동산 가격도 잠잠하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정상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올릴 만한 요인도 없다"고 진단했다.

가까운 장래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적' 발언도 앞으로는 당분간 듣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한국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경제실장은 "물가와 자산가격 쪽에서 특별한 신호가 없는 만큼 이 총재의 코멘트도 `불확실성이 있으니 추이를 지켜보자'는 정도의 수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 최석원 채권분석파트장도 "중립적인 발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해를 넘기더라도 당장 1분기에 인상이 단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에도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올해 2~3분기 같은 빠른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원화가치 상승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권순우 실장은 "경기, 물가, 자산가격의 흐름을 보면 내년 1분기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만한 조건이 충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견했다.

공동락 애널리스트도 "두바이 사태를 계기로 섣불리 기준금리를 올렸다가는 자칫 `삐끗'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며 "이 총재 임기 중에는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원 파트장은 "급격한 환율 하락 위험과 은행 가산금리에 따른 신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무릅쓰면서 굳이 출구전략을 앞당기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내년 중반께 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관측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홍정규 기자 harrison@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