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예정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문제를 놓고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임태희 신임 노동장관이 "우리나라 노사 문화는 후진적"이라며 "법을 만들고도 13년이나 시행을 미뤄온 이 제도를 이번엔 꼭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양대 노총은 공동전선까지 펴면서 반대투쟁에 나섰다.

한국노총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양대 노총과 경총 대한상의 노동부 노사정위원회 등 6자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체를 마련해 노동현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어떻게든 정부의 법 시행 방침에 제동을 걸어 보려는 취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법 시행을 강행할 경우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 파기, 연말 총파업 등도 불사하겠다는 위협까지 가했다. 민노총 또한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장외투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양대 노총은 법이 실제 시행된다면 반(反)정권 공동투쟁에 나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노동계의 이러한 반발은 과연 옳은 일인가. 법제화 이후 준비부족을 이유로 13년간이나 시행을 미뤄온 사안이다. 그런데도 또 미루자는 것은 명분도 없고,설득력도 떨어진다. 법을 무력화시켜 자신들의 이득만을 지키려는 후안무치한 행동에 불과하다고 본다. 노사협상의 당사자인 노조전임자들이 협상 상대방인 회사측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은 노조의 독립성을 심하게 훼손하게 마련인 만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 우리나라 노조의 전임자 숫자가 선진국의 몇 배에 달하고 과다한 전임자 숫자가 필요 이상의 과격투쟁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을 생각하면 법 시행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내년엔 시행하겠다는 노동장관의 약속은 반드시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다만 복수노조 허용문제의 경우 노조간의 선명성 경쟁과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면서 산업 현장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게 불을 보듯 뻔한 만큼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대책을 충분히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노동계도 법 시행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무리한 억지 주장과 협박을 당장 중단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