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투자펀드가 쪼그라들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인기가 높아 투자원금인 설정액이 3조원을 넘었던 일본펀드는 이젠 모두 1조원에도 못 미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일본 경제의 저성장에다 증시 회복도 지지부진해 실망한 투자자들이 잇따라 환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성향이 강한 투자자들도 일본펀드 대신 국내 채권형펀드 등으로 갈아탈 것을 조언하고 있다.

28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일본증시에 투자하는 74개 전체 공모펀드의 설정 잔액은 환매가 늘면서 이달 25일 현재 9715억원에 그쳐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의 절반가량인 36개 펀드는 설정액이 10억원도 안 되는 자투리펀드로 근근이 유지되는 실정이다.

설정액이 1000억원을 넘는 펀드는 2310억원 규모의 '프랭클린템플턴재팬A'과 1193억원 규모의 '한화재팬리츠부동산1C1' 등 단 2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두 펀드도 설정 후 손실이 남에 따라 순자산은 각각 891억원,511억원으로 집계돼 실제 운용 규모가 1000억원을 넘는 일본펀드는 전무하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일본펀드의 '굴욕'은 일본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약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일본 경제를 믿고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일본증시가 떨어질 땐 같이 떨어지고 오를 때는 홀로 소외되자 투자자금을 지속적으로 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증시가 급등한 올해도 일본펀드의 수익률은 2.77%에 그치고 있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국가별 펀드 중 가장 낮은 수익률로,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6.43%이며 브라질펀드의 수익률은 90%를 넘었다. 장기 투자의 척도가 되는 3년 수익률도 -43.78%로 일본펀드는 전체 해외 펀드 중 꼴찌다.

펀드시장 전문가들은 일본펀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펀드 성과의 열쇠인 일본 증시가 앞으로도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 팀장은 "내년까지 금융시장의 이슈는 각국이 출구전략을 언제 쓰느냐인데 출구전략이 나타나면 글로벌 투자가들은 브라질 중국 한국 등 다른 시장에 비해 특별한 성장 동력도 없는 일본 증시에서 자금을 먼저 뺄 것"이라며 "주가 수준은 낮지만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본펀드 가입자들은 올 연말까지 일본펀드를 환매하는 게 낫다는 지적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 팀장은 "일본 기업들에 불리한 엔고현상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많아 일본 증시의 정체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팀장은 "특히 내년부터 해외 주식형펀드에도 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본펀드 가입자는 손실을 보전받으려 하지 말고 연말까지 정리하는 게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