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TV의 시대는 끝났다. "

최근 TV 업체들이 내놓는 신제품을 살펴보면 리모컨 조작을 통해 인터넷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브로드밴드' 제품들이 부쩍 많아졌다. '보는 TV'에서 한 걸음 나아간 '즐기는 TV'가 대세가 되고 있는 것.이른바 'TV 2.0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셈이다.

브로드밴드 TV는 PC로만 볼 수 있었던 인터넷 콘텐츠들을 TV로 즐길 수 있게 한 제품을 의미한다. 인터넷을 활용한 TV라는 점에서는 인터넷TV(IPTV)와 비슷하지만 특정 인터넷망 제공업체와 계약하거나 매월 별도의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유료 콘텐츠 결제는 리모컨을 통해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직전에 이뤄진다. 콘텐츠의 가격은 무료에서 2000원 선까지 다양하다.

문자정보에서 동영상으로

브로드밴드 TV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전자의 최신형 TV에는 '인포링크'라는 기능이 있었다. TV를 켜면 리모컨 조작만으로 MSN코리아가 제공하는 뉴스,날씨,주식 등의 정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열람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는 제한돼 있었지만 인터넷을 이용할 때도 TV를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대로 된 브로드밴드 TV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파브 보르도 750 LCD TV 등 삼성전자의 고사양 제품을 구매하면 세계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글로벌 인기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게 한 것.뉴스,날씨,주식 관련 정보도 네이버와의 제휴를 통해 질과 양 측면에서 기존 제품보다 대폭 확대했다. PC와 무선으로 연결,PC 내에 있는 콘텐츠를 TV로 불러올 수 있는 기능도 이때 처음 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근 TV에 요리,운동,게임 등의 콘텐츠를 내장한 제품을 선보였다. 예컨대 TV를 켜고 '리빙' 카테고리를 누르면 와인 고르는 요령,제사 지내는 방법 등을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콘텐츠는 삭제할 수 있고,추가로 필요한 콘텐츠는 TV에서 직접 인터넷(nurisam.com)에 접속해 내려받을 수 있다.

◆DVD 대여점이 TV 안으로

최근 TV 메이커들은 인터넷으로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 최신 영화 콘텐츠를 확보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대 영화 대여 체인업체 블록버스터와 파트너십을 맺고,TV를 통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전자도 최근 독일 최대의 온라인 영화 대여업체인 맥스돔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인터넷을 연결하면 최신 영화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유럽형 TV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맥스돔은 HD급 고화질 영화,TV 시리즈,스포츠,애니메이션 등 2만편 이상의 최신 영상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다.

LG전자는 TV를 통해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편집하고 즉석에서 인화 주문을 낼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TV시장의 화두는 브로드밴드

업계에서는 브로드밴드 TV의 대중화 원년을 내년으로 보고 있다. 해외에서만 브로드밴드 TV를 판매했던 LG전자가 국내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할 예정인 데다 삼성전자도 추가 콘텐츠를 탑재한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서다.

브로드밴드 TV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블루레이 플레이어 시장도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제품을 구입하면 브로드밴드 기능이 없는 TV에서도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화질과 기능에 치우쳐 있던 TV 업계의 경쟁 구도가 내년을 기점으로 콘텐츠 싸움으로 바뀔 전망"이라며 "다양하고 인기있는 인터넷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제품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