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일 무역협회 회장은 이름 덕을 톡톡히 보는 인물로 첫손에 꼽힌다. 한번 들으면 잊기가 어렵다. 25일 무역협회의 401회째 화요포럼에 강사로 나선 것도 절반은 이름 덕분이다. 화요포럼은 각계 저명 인사들이 주요 이슈에 대해 견해를 밝히는 자리로 1999년 3월 첫 테이프를 끊은 후 남덕우 전 총리(100회),소설가 최인호(200회),서울시장 시절의 이명박 대통령(300회) 등이 연사로 나섰다.

사공 회장은 강연 첫머리를 이름에 얽힌 에피소드로 풀어 나갔다. "재무부 장관 시절에 제 방 번호가 401호였습니다. 우연치고는 참 기묘하죠?" 군 복무 시절엔 관등 성명을 외치면서 혼쭐이 나는 일도 많았다. 맨 마지막에 붙이는 사공일이라는 이름이 군번에 이어지는 숫자로 들렸던 것.

특이한 성(姓)에 얽힌 웃지 못할 일도 자주 일어난다. 올 초 한 · 미 주요 인사의 신년 하례식이 있던 날도 그랬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이신 사 회장님을 소개합니다. " 아나운서가 사공 회장의 성을 외자로 잘못 소개한 것.장내는 웃음바다가 됐지만 잘못을 지적 당해 당황한 아나운서는 행사 마무리 단계에서도 똑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숫자를 연상시키는 이름 때문인지 사공 회장은 조목조목 통계 수치를 들며 한 시간 반가량의 이날 강연을 이끌었다. "GDP 대비 경기부양으로 정부가 쓴 돈을 보면 한국이 3.9%로 중국(3.0%),미국(2.0%) 등 주요 국가에 비해 많습니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으로 부양책을 쓴 덕분에 한국이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회복 단계에 들어선 겁니다. " 이런 이유에서 사공 회장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긴축 등) 출구전략은 아직 우리에겐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