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외교관이 돼 한국 대사로 부임하는 게 꿈입니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저에게는 내일만 있을 뿐이에요. "(아그네스 킴)

세계를 무대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갖고 뛰고 있는 차세대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0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 열리는 '제12회 세계한인차세대대회'를 통해서다.

이 자리에 모인 차세대 리더 중 캐나다 출신 아그네스 킴(김정민 · 25 · 왼쪽)과 미국에서 온 폴 박(박성하 · 36)은 독특한 경력으로 눈길을 끈다. 아그네스는 한국계 캐나다인으로는 최초로 미스 캐나다 본선에 오른 '엄친딸'의 전형이다. 현재는 캐나다 이민 · 다문화부 장관의 일정 보좌관을 맡고 있다. 그의 어릴 적 꿈이 이뤄졌다면 '피겨 스타' 김연아와 쌍벽을 이룰 뻔했다. 7세 때부터 10년 넘게 피겨 스케이팅을 했고 실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에 피겨 스케이팅 선수와 방송국 앵커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피겨의 꿈'은 추억으로 남겨 두게 된다.

그의 학창시절은 화려했다. 8학년 때부터 4년간 학년 반장을 도맡았고 12학년 때는 고등학교 회장을 맡았다. 회장이 되고서는 '다문화의 밤' 행사를 열어 현지인들로 하여금 소수 민족 학생들의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만들어 호평받았다. 또 '남학생들의 로망'인 치어리더 캡틴을 맡아 수많은 남학생들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현재는 에어로빅 강사로도 활약 중이다.

아그네스의 미스 캐나다 본선 진출에는 사연이 많다. 그는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캐나다에서는 거의 사례가 없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미스 캐나다와 인연을 맺었다. 쇼핑 중 모델학교 관계자의 눈에 띄어 취미 생활로 모델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 학교장 추천으로 미스 캐나다에 지원하게 됐지만 고배를 마신다. 하지만 2년 뒤인 2008년 뜻하지 않은 전화 한 통화를 받게 된다. 미스 캐나다 주최 측에서 참가 요청을 해 온 것.이런 우연이 이어지면서 그는 1000명의 지원자 중 15위 안에 드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한국인의 미'를 맘껏 뽐냈다.

폴 박은 코넬대와 UCLA를 졸업하고 대형 로펌에서 일하다 현재는 인권단체인 차베스 재단에서 일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 근무할 당시 미래가 촉망되는 변호사였고 연봉도 높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과감히 버리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인권 문제에 눈을 돌린다. 그가 처음 이민 간 오하이오주는 미국에서도 인종 차별이 심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이런 환경적 요인도 그를 자연스럽게 인권 운동가로 변신하게 했다.

폴은 미국의 인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그는 "오바마의 맥주 회동이 인종 차별의 해소를 보여주는 정치적 쇼였지만 아직 풀지 못한 미국 인권의 그늘은 너무 많다"면서 "소수 민족 출신으로 미국 주류 사회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영건)이 주최하는 이 대회에는 이들 외 한인 최초로 뉴질랜드 국회의원이 된 멜리사 리씨(이지연) 와 40년 캐나다 이민사상 최초의 한인 상원의원인 연아 마틴씨(김연아),미국 로스앤젤레스 정보통신부 부국장인 킴벌리 조씨(조민영),러시아 사할린 주정부 대외국제국 부국장인 드미트리 한씨 등 24개국 90명의 차세대 리더가 참석했다.

글=구동회/사진=김병언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