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임직원 4500여 명이 16일 경기 평택공장 출근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장 내에서 25일째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와의 정면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15일 "지난달부터 신차를 생산하지 못해 법정관리 중인 회사가 최악의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며 "회생절차가 중단되고 파산할 수도 있는 만큼 전 임직원이 16일 오전 8시30분께 공장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임직원 4500여 명은 지난 10일 평택 종합운동장에서 파업중단 촉구 결의대회를 열어 "정부가 공권력 투입을 서두르지 않으면 맨손으로 공장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었다.

임직원들은 출근 강행에 앞서 15일 평택공장 주변을 돌면서 노조의 파업 철회 및 공장 퇴거를 촉구했다. 이들은 방송차량과 확성기를 이용,노조 조합원들을 향해 "쌍용차의 미래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 20만여 명의 생계가 걸려있다"며 파업 중단을 호소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 가족대책위원회 측이 쌍용차 임직원들의 가두행진을 저지하면서 가벼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는 파업에 참여 중인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외출과 외박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팀별로 공장 내 거점장소로 즉시 이동할 것을 지시하는 등 회사 측의 출근 강행에 대비하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노노 간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고 감정의 골을 깊게 하기 위해 회사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어떤 회유와 협박에도 갈 길을 가겠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지부는 또 생산팀과 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던 직원 2명이 최근 뇌출혈과 심근경색 등으로 사망한 이유가 정리해고 등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이라며,이유일 · 박영태 공동 법정관리인을 살인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쌍용차 노사 간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온 경찰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경찰은 평택공장 주변에 경찰력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현장 대처 수위 등을 놓고 고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화성이 높은 도장공장 등이 있어 경찰이 직접 진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다만 출근을 강행하겠다는 쌍용차 임직원이 4500여 명에 달하는 데다 농성 중인 노조원도 1000명이 넘기 때문에 경찰력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노사 간 접점을 찾기 어려운 데다 정치권과 종교계,시민단체 등이 공권력 투입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쌍용차 파업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