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역작이 된 이유는 뭘까요. "

김순택 삼성SDI 사장은 14일 'CEO(최고경영자) 메시지'를 통해 직원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대답 대신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천장벽화를 그릴 것을 명령했던 1508년의 일화를 꺼냈다.

당시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의 출입을 막은 채 300명 이상의 인물이 등장하는 600㎡ 크기의 대작을 혼자 그렸다. 어느 날 한 동료가 미켈란젤로에게 "지금 그리는 귀퉁이 인물화는 바닥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푸념했다. 이어 "이렇게 한다고 누가 알아주겠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미켈란젤로의 대답은 짧았다. "내가 안다네."

이야기를 마친 김 사장은 "미켈란젤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가 아닌 스스로 정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가 맡은 바 업무의 주인이 되어 자기 일을 귀하게 여기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프로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상사가 시키는 대로 밤늦게까지 일하는 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업무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가 내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토리 텔링 경영'은 김 사장의 전매특허다. 임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제시하는 대신 주제에 맞는 이야깃거리를 내놓는다. 직설적인 메시지는 '잔소리'에 불과하다는 게 김 사장의 지론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