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내놓으면 모두가 좋은데 말입니다. "

장태평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일 개인블로그에 '하늘에서 보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시를 게재했다. '하늘에서 땅을 본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시는 등단 시인인 장 장관이 수년 전 직접 쓴 작품이다.

장 장관은 이 시에서 누구나 산을 오르거나 비행기를 탈 때 경험했을 법한 느낌을 이렇게 묘사했다. '넘을 수 없던 벽들이며 바위들은 평평해져서 땅에 묻히고,머리카락만한 차이에도 달리 보이던 사람들은 작아져서 땅에 묻힌다. '

장 장관은 갑작스레 이 시를 올린 배경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면 큰 차이가 없는데도 그 안에 매몰되다보면 작은 차이도 크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로 다음 문장으로 그는 이렇게 썼다. "농협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집니다. 변해야 한다는 큰 명제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합니다. 아주 작은 것들에 발목이 잡혀있는 것이지요. "

농협 개혁은 장 장관이 답답해할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작년 말 농협중앙회장의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고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 조직을 질타한 때만 해도 속전속결로 끝날 것 같았다. 농협 회장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겠다고 선언했고 농협도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여기에 농식품부는 2017년까지로 예정돼 있던 '신 · 경분리'(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나누는 것)를 연내 마무리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역 조합들과 정치권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 조합들은 조합장을 비상임화하고 조합원들의 조합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고 정치권은 여야대치를 이유로 농협법 개정안 통과를 늦추고 있다.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한 농식품부의 책임도 있다. 하지만 장 장관의 말처럼 농협이 변해야 한다는 명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모두가 조금씩 양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았을 때 결과는 뻔하다. 지방선거가 시작되는 내년에는 정치권과 지역 조합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장 장관도 이를 의식한 듯 글을 이렇게 마무리지었다. "안타깝습니다. 아니 걱정입니다. 이러다 상처를 꿰맬 시간을 영영 놓쳐버리지는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