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이 위기에서 생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한 스피드와 유연성, 실행력을 강하게 주문했다.

최 회장은 8일 그룹 사내방송 `2009년 구성원과의 대화'에 출연해 올해의 경영방침과 구성원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국내외 신문 머리기사를 활용해 직접 준비한 `2009년의 현실' `대마불사 신화 더 이상 없다' 등 10여 장의 슬라이드와 동영상을 이용해 40여 분간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했다.

최 회장은 "지금을 위기나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위기가 아니라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더는 위기라는 말은 쓰지 않을 것이며, 중요한 것은 이 같은 현실에서 생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의 현실은 미국의 대표적 금융회사나 자동차회사가 어려움에 처해있거나 아예 문을 닫아버릴 만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는 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어 "10년 전 IMF 직후에 있었던 국내 30대 기업 가운데 절반인 15개 기업이 지금은 사라졌다"면서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기업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SK는 최근의 현실에 안정적이다'는 외부의 평가를 근거로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고 보는 구성원도 있고, 우리는 이보다 더한 상황도 이겨냈기 때문에 이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믿는 구성원도 있다"고 전제하고 나서 "하지만 우리도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미래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며 근거 없는 `SK 불사(不死)' 인식을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우리가 처한 늪이나 정글에서 빠져나올 전략과 방법, 자세 등을 갖춰 신속하게 탈출하는 것이며, 현실에 대비하지 못해 탈출하지 못한다면 SK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법을 구성원들에게 쉽게 소개하기 위해 베스트셀러 `인듀어런스(Endurance)'와 영화 `투모로우(Tomorrow)'를 소재로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보여줬다.

`인듀어런스'는 1914년 남극탐험 도중 조난돼 634일 동안 갇혀 있다가 27명의 대원 전원과 함께 귀환한 탐험가 섀클턴 경의 리더십을 다룬 베스트셀러이다.

`투모로우'는 기상이변을 예고했던 기상학자가 급격한 빙하기를 맞은 지구에서 자신의 아들을 구하는 내용의 영화다.

최 회장은 "두 동영상에 소개된 상황처럼 우리는 미래를 다 알고 준비할 수 없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응하고 살아남는 것"이라면서 "그런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존하려면 스피드와 유연성, 실행력을 갖추고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생존 위협상황에서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하는 것은 오늘의 행복이 아니라 내일의 더 큰 행복"이라면서 "내일의 더 큰 행복과 희망을 위해서는 오늘 조금 더 고생할 수 있고, 또 오늘의 행복을 기꺼이 보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sh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