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 광고모델 기용은

연예인보다 신뢰ㆍ친근감 높아

소비자의 감성 자극시켜

엄마 손에 이끌려 간 대중목욕탕,그곳에서 꼭 하나씩 사주셨던 노란색 바나나맛 우유.대한민국 장년층에 '바나나맛 우유'는 단지 우유가 아니라 하나의 추억이다. 1976년 6월에 나온 이 제품의 출생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영양 결핍 시대였던 그 시절,우유 먹기 촉진 운동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다.

그런 때에 지금은 손쉽게 먹을 수 있지만 당시 서민들에겐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값비싼 과일이었던 바나나를 우유에 더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시판된 지 32년이 지났지만 그 시절 허기진 배를 달래주었던 '바나나맛 우유'에 대한 그리운 정서는 여전히 살아있다.

◆3B 이론에 'S'를 추가하다!

미인과 사랑스러운 아이들,그리고 귀여운 동물들이 나오면 광고가 시선을 끌 수 있다는 3B 이론(Beauty,Baby,Beast)에 요즘은 'S'(스포츠 스타) 요소가 하나 더 추가된다.

광고에서 모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 광고 풍토 속에서 유명 연예인,문화예술인뿐만 아니라 2002년 월드컵 이후 스포츠 스타 아이콘이 등장했다. 김연아,박태환은 이미 톱스타 못지않은 빅모델로 성장했으며 올해 베이징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그리고 이종 격투기 선수 '추성훈'이 스포츠 스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일반적으로 스포츠 스타들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 연예인보다 신뢰감이 가고,친근하다는 점이다. 그러한 장점을 잘 활용해 스포츠 스타의 꾸미지 않은 솔직한 모습들을 부각한 광고들이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추성훈의 바나나맛 감성

광고는 비록 대중매체를 통해 집행되지만 궁극적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1 대 1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보통 광고에서 특이한 상황을 제시하거나 소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광고에서는 모델의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했다.

추성훈은 비록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가 되지는 못했지만 일본 대표선수 임에도 가슴 한편에 태극기를 심어 놓은 그는 채워지지 않는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을 늘 상기하는 선구임에 분명하다. 모 방송사의 예능프로를 통해 전 국민에게 보여진 그의 넘치는 끼와 재치,유머스러움,뛰어난 가창 실력,그리고 아픔과 성숙함,한국에 대한 애정과 사랑…. 사람들은 그의 이런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져든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또 이종격투기 선수로서의 강한 남성적 카리스마를 내뿜는 다른 CF와는 상반되는 상황 설정으로 집안 거실 소파에 누워 우유를 마시며 뒹굴다 사랑을 호소하는 천진난만한 로맨틱 가이로 변신한 그가 냉장고 문을 열자마자 산더미처럼 쏟아지는 바나나맛 우유를 보며 체구에 맞지 않는 귀여운 몸짓과 흐뭇한 미소로 답한다. 고국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에 대한 허기진 그의 심리적 욕구를 '나에겐 든든한 대한민국이 있다'란 명쾌한 카피와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크리에이티브로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강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다.


송채훈(광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