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로 예금이 빠져나가는 '머니무브'(Money Move)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신상품 개발과 영업조직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내년에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증권사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경쟁력 있는 신상품을 선보여 고객 이탈을 방지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동시에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투자은행(IB)과 글로벌 영업 조직을 보강했다.

◆마케팅 및 영업 지원조직 강화

하나은행은 1일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케팅그룹을 신설하는 등 본부 조직을 개편했다.

마케팅그룹에는 은행 상품개발을 전담하는 상품개발1부와 펀드 및 방카슈랑스를 담당하는 상품개발2부,카드본부를 배치해 통합 상품개발 기능을 강화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급변하는 고객 트렌드에 맞춰 제때 상품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고 부행장을 책임자로 한 마케팅그룹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 31일 마케팅 상품그룹을 마케팅그룹으로 재편하면서 개인상품부와 기업상품부 외환상품부 등을 만들어 고객별 상품 개발체제를 확립했다.

이와 함께 개인영업그룹 내 지역본부를 영업지원본부로 전환해 영업현장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앞서 조직을 개편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영업지원그룹,영업지원본부를 신설해 마케팅과 영업점 지원 업무를 전담토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통법 시행 후 은행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증권사에 비해 넓은 영업망과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별로 개편 방식 달라

은행들은 모두 경쟁력 강화를 기치로 내걸고 조직을 개편했지만 그 방식은 달랐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분산돼 있는 부서를 한 데 합치는 통폐합 방식을 택한 반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거꾸로 조직을 더욱 잘게 나눴다.

구체적으로 국민은행은 개인영업그룹 Ⅰ,Ⅱ,Ⅲ와 기업금융그룹,PB사업그룹 등 5개 그룹을 영업그룹Ⅰ,Ⅱ로 단순화하고 재무관리그룹과 리스크관리그룹을 통합했다.

결국 기존 16그룹,1단,14본부,2국,83부에서 20여개 부서를 없애 13그룹,1단,14본부,2국,61부체제로 조직을 슬림화했다.

하나은행도 가계영업그룹과 시너지그룹,상품전략그룹 등 3개 그룹을 마케팅그룹과 채널그룹으로 줄여 5개 그룹,8개 소속본부,43개 팀이었던 본부 조직이 4개 그룹,2개 소속본부,37개 팀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본부조직을 13그룹,4본부,40부에서 14그룹,6본부,45부로 오히려 늘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기관 등 고객별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세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조직 개편을 단행한 우리은행도 세분화된 고객에 맞춰 조직을 13본부,54부서체제에서 14본부,59부서로 확대했다.

◆IB와 글로벌 사업 조직 보강

이번 조직개편에는 전통적인 예대마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돈벌이를 찾으려는 은행들의 의도도 담겨 있다.

은행들은 새 수익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IB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IB 조직을 확대했다.

국민은행은 다른 조직은 줄이면서도 투자금융.해외사업그룹을 새로 만들었고,신한은행도 기존의 IB그룹 산하에 IB본부를 신설하면서 IB부문을 보강했다.

글로벌 영업 조직 강화도 이번 은행 조직 개편의 공통 사항이었다.

하나은행은 해외영업 총괄부서인 글로벌 사업본부를 새로 뒀으며 우리은행도 국제팀을 글로벌사업단으로 격상시켰다.

이 밖에 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연금본부를 신설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