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30명 중 여성 5명..기자.동물원 큐레이터 등 직업 다양

"조선 최초의 여자 비행사는 박경원, 그럼 한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은...?"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우주인 선발사업의 후보자가 30명으로 압축되면서 이에 이름을 올린 여성 후보 5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기부는 올 연말 최종후보 2명을 뽑을 예정이라 30명의 선발자가 우주인이 되는 경쟁률은 기본적으로 15대 1이다.

게다가 이 최종후보 중 1명을 여성으로 뽑자는 제안이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라 이 여성 선발자들이 우주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는 확률은 5대 1에 이를 수 있다.

20대 신참 과학도부터 30대 중견 방송기자까지, 각자의 경력도 다채롭다.

한국 첫 여성 우주인의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동물원 큐레이터부터 기자까지 = 안정화(30)씨의 직함은 서울대공원의 '포유류 큐레이터'다.

이 일은 동물원 내 포유류 동물의 종(種) 현황을 관리하고 사육 지침서를 만드는 것이 주 업무.
안 씨는 생물학을 전공한 뒤 서울대 수의학과에서 보전유전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미개척 동굴을 탐사하는 것이 취미일 정도로 모험을 즐겨 우주인 선발 지원에도 별 거부감이 없었던 편"이라며 "생명의 기원에 관심이 많아 우주 공간에서 꼭 관련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전체 선발자들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박지영(23)씨와 최아정(24)씨는 모두 석사 4학기 째인 젊은 과학도다.

박 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생화학을, 최 씨는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고체물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박씨와 같은 대학 출신인 이소연(28)씨는 생명과학에 기계공학을 접목하는 최신 영역인 '바이오시스템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KAIST 디지털나노구동연구단에서 DNA 칩 개발을 맡는 현직 연구원이기도 하다.

여성 선발자 중 최연장자인 한승희(31)씨는 9년차 기자다.

SBS에서 사회부 사건팀, 전국부 시청 담당을 거쳐 현재 재정경제부를 출입한다.

한 씨는 "다른 여성 지원자들에 비해 과학적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방송기자 생활을 통해 기른 순발력과 판단력이 우주 임무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지구 밖 상황을 국민들에게 쉽게 전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꼭 우주인의 영예를 안고 싶다"고 말했다.

◇ 갈 길 아직 멀다 = 선발자 30명은 이제 상황대처 능력 평가, 신체검사, 사회 적합성 및 우주 적성검사 등을 거쳐 3차에서 10명, 이어 최종 4차에서 2명의 후보로 추려진다.

이 최종 후보자 2명은 이후 2007년 초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 우주적응 및 우주과학 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 훈련 등을 받은 뒤 마지막에 단 1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에 오르게 된다.

박지영씨는 "예전 선발 단계는 체력훈련이나 영어 공부 등으로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 있을 과정은 그런 대비 방법이 딱히 없는 것 같다"며 "여성이란 이유로 특혜를 받기보다는 열정 하나로 공정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은 1963년 구소련에서 탄생했다.

방직공장 직원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는 미국보다 먼저 첫 여성 우주인을 배출하려던 당시 소련 정부의 방침에 따라 1년의 훈련 기간을 거쳐 이 해 6월16일 보스토크 6호에 올랐다.

취미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던 테레시코바는 낙하 기술이 뛰어나 지구 귀환 시 지상 6㎞ 상공에서 낙하산으로 탈출해야 했던 당시 우주선 환경에서 최적의 후보였다.

그녀는 71시간 동안 지구궤도를 48번 돈 뒤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