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입니다. 이 아침 누구나 빠뜨리지 않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동그랗게 말려있는 달력을 쫙 펴서 한쪽 벽면에 걸어놓습니다. 빨간 날이며칠이나 되는지 들춰보기도 하고 가족 생일도 표시해 둡니다. 그리고 올 한해 형편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하면서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가슴에 새깁니다. 수습기자가 된지 이제 한 달이 됐습니다. 취재 명령을 받고 아파트 분양현장을 찾았다가 '떴다방'으로 오인 받기도 하고 백화점 명품관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노점상 시위장에서는 그들의 하고많은 하소연을 다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어느 제조업체를 방문해 '우리가 하는 일이 나라를 위한 일이다'는 플래카드를 보고는 기업인들이 정치권에 던지는 무언의 항변을 듣는 듯한 착잡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빡빡한 수습기자 교육을 받고 있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로 가슴은 벅차 오릅니다. 제 자신에게도 청년실업의 두려움이 뼈저리게 다가왔던 지난 한 해였습니다. 첫 출근하던 날 하얀 셔츠 위에 넥타이를 손수 매주시며 환하게 웃던 어머니 얼굴이 생각납니다. 그러기에 신문기사의 실업통계가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벽에 달력을 걸면서 마음에 새긴 희망들이 현실이 되도록 하는 해법이 달리 있겠습니까. 시장 상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기업가들이 열심히 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일자리가 늘고 경제도 좋아지겠지요. 하지만 이 아침에조차 밝은 뉴스가 그다지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입사원서를 몇 번이고 다시 쓰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고 생각하니 제 마음도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나의 동년배들이 첫 출근하는 아침에 설레는 마음으로 구두끈을 졸라 맬 수 있도록 희망이 듬뿍 담긴 멋진 기사를 쓰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수습기자 박동휘 올림 donghuip@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