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술 소비량이 세계 1위를차지할만큼 술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이에 따라 간암을 비롯한 간질환의 발병률도매우 높다. 오는 20일 대한간학회가 지정한 `간의 날'을 맞아 각종 간질환과 자가진단요령,치료법 등을 전문의 도움으로 자세히 살펴본다. ◆ 간질환 종류 ▷ 급성간염 급성간염은 알코올, 약제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것은 간염 바이러스다.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A형, B형, C형이며 잠복기 및 경과과정에 차이가 있으나 나타나는 증상은 유사하다. 건강하던 사람이 갑자기 전신이 극도로 피곤해지고 나른해지거나 입맛이 떨어지고 구역, 구토를 하며 몸살기와 아울러 관절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오줌 색깔이 검붉게 되면서 서서히 각막과 피부에 황달이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황달없이 다른 증상만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 만성간염 급성 간염은 보통 3-4개월 정도면 대부분 낫는 것이 보통이나 6개월 이상 지속시 만성 간염이라고 한다. 만성 간염도 만성 소엽성 간염과 만성 지속성 간염, 만성활동성 간염 등으로 나뉜다. 앞의 두 질환은 간염이 계속되다 염증반응이 정지되고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적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만성 활동성 간염은끝내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은 전신피로감, 소화불량 등과 함께 잇몸에서 피가 자주나는 출혈 경향을보이기도 한다. 특히 때 지난 여드름이 나거나 얼굴이 검어지며, 앞가슴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도 있다. ▷ 한국인 C형간염 위험성 높아져 한국인의 만성 간질환 가운데 B형간염과 C형간염의 유병률은 전국민 대비 각각5%, 1%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만성간염의 약 15% 정도가 C형간염, 70%가 B형간염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웃 일본은 전체의 80%가 C형이고 15%만이B형으로 보고돼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B형간염은 간염백신의 예방으로 유병률이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C형간염은 증가 추세에 있다. 최근 가톨릭의대 연구팀이 20대 군 입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B형간염 유병률은 92년 5.8%에서 2002년 4.2%로 감소한 반면 C형간염 유병률은 같은기간 0.09%에서 0.25%로 증가세를 보였다. 만성간염환자의 간암발생 위험성은 정상인에 비해 C형간염이 2.9배, B형간염이1.9배이고 나이가 40세 이상인 경우는 2.8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40세 이상인 C형간염 환자라면 특히 간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강남 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C형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신,수지침, 면도기 공동사용, 동성연애 등 간염 전파경로를 차단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C형간염 백신 개발에 대한 연구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간경변증 일반적으로 간의 구조가 변해 굳어지는 단계인 간경변증 진단을 받으면 생명에치명적이지만, 간이 굳은 채 부어 있더라도 전혀 자각증상이나 간 기능의 이상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문의들은 보고하고 있다. 즉 간경변증 환자 중 아무 탈없이거의 천수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 간암 간경변증 환자의 20~40%가 간암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 부위의 통증이 심하거나 체중이 감소할 때, 또는 간에서 돌덩이같은 덩어리가 만져질 때 간암을 생각할 수 있다. 간암도 초기에 발견되거나 작고고립성인 경우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대개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기때문에 보통 진단후 평균 생존율은 6개월이다. ◆ 간질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한번쯤 간질환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① 피로, 전신 쇠약감을 느낀다. ② 구역, 구토, 식욕 감퇴가 있다. ③ 체중 감소가 있다. ④ 우상복부가 은근히 불쾌하거나 통증이 온다. ⑤ 눈의 흰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보인다. ⑥ 오줌색이 진해지거나 빨갛다. ◆ 간암 치료법 많은 전문의들은 규칙적인 검진을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할수 있으며, 간경변증의 병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말기 간기능부전을 피할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근에는 조기 발견된 경우 완치율이 매우 높으며, 간암이 진행됐어도 여러 치료 방법을 통해 6개월 이상 몇 년씩 생명을 보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간암의 내과적, 외과적 치료방법을 살펴본다. ▷ 내과적 치료법 내과적 치료법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간동맥 화학색전술'이다. 이는 간암조직이 혈류를 공급받는 간동맥을 차단함으로써 종양을 죽이는 원리다. 이 치료법은좌우측 간 모두에 종양이 존재하거나 여러 개의 간암이 있어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대해 간암의 진행을 늦추고 생존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간암이 너무 커서 그 자체로 인한 여러 부작용과 통증이 심한 경우에도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심하게 간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복수, 황달이 심한 경우는 시행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초음파의 도움을 받아 순수 에탄올을 종양내에 직접 주사, 암세포를파괴하는 `경피적 에탄올 주입요법'이 있다. 이 치료법은 대개 종양의 크기가 3cm이내이면서 3개 이하인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약 83%에서 국소적 간암이 완전히 치료됐으며, 3년 생존율이 8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밖에 간암 조직에 바늘을 찔러 놓은 뒤 바늘 끝에서 고주파를 발생시킴으로써종양을 파괴하는 `고주파 응고치료술'과 항암제를 정맥에 주사하는 `전신적 항암 화학요법' 등도 새로운 간암치료법으로 시도되고 있다. ▷ 외과적 치료법 간암의 외과적 치료 방향은 보통 간암의 진행 정도, 환자의 간기능 및 전신활력지수 등을 고려해 선택한다. 간암의 외과적 치료는 크게 외과적 절제 및 간이식을들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중 수혈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수술 후 합병증도 거의 찾기힘들며, 간의 절제를 복강경으로 할 수 있어 수술 후 통증 경감 및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간암에서 간절제술이 가장 우수한 치료법이긴 하나 많은 환자에서 간경변이 동반돼 있어 실제로 간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 환자는 많지 않다. 또한 간을 절제한 후에도 간경변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간암이 재발하거나 간기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장 이상적인 치료는 병든 간을 모두 절제하고새로운 간을 이식하는 방법이다. 간이식은 현재 혈관 침범이 없고 전이가 없는 경우에 어떤 치료법보다 우수한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는 간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투여해야만 하고, 간암이 조금이라고 남아있으면 심각한 재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용이 비싸고 기증이 부족한 점 등도 단점이다. 서울대병원 외과 서경석 교수는 "간암의 치료법으로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 요법 등 여러 가지 국소적 요법이 개발됐지만, 간절제가 가능하다면 외과적 절제를 하는 것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되는 우수한 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도움말 : 고대 구로병원 간질환센터 이창홍.변관수 교수, 서울대병원 서경석(외과).김윤준(소화기내과) 교수,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기자 bio@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