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정우 정책실장의 '노조경영 참여 발언'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록 그 발언의 구체적 내용은 밝혀지고 있지 않으나 네덜란드식 모델의 도입 검토 발언으로 보아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같은 발언은 한편으로는 새삼스럽기도 하지만 경영참가를 허용하는 부분도 있는 듯하여 우려되는 마음도 크다. 네덜란드의 모델이란 1950년에 설립된 '사회경제협의회(SER)'가 1979년 제2차 오일쇼크 이후에 나타난 네덜란드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바세나르'라고 하는 지역에서 맺은 협약이 그 중심 내용으로 되고 있다. 그같은 '바세나르 협약'의 기본목표는 경제회복에 있었다. 이를 위해 사측은 근로시간 연장 또는 단축의 권한을 부여 받는 대신 일자리 창출을 적극 추진키로 하며 노측은 임금동결에 합의하고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해 비정규직을 증가시키자는 데 합의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이후 15년간 연평균 2% 미만의 임금인상,생산단위당 노동비용의 1% 하락 등이 이뤄졌고 이에 힘입어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에서 이러한 '바세나르협약'이 가능했던 것은 30년 동안 SER를 통해 축적된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타협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당연히 가능한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와 유사한 경험을 우리도 이미 한 바 있다. 1993년과 1994년 두 해 동안 경총과 노총간에 중앙임금 합의를 했던 적이 있고 1997년 IMF위기를 당하면서 우리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고 경제위기 극복에 함께 노력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15년간 지속되었던 경제회복을 위한 자제 노력이 우리는 단 몇 년만에 끝나고 말았다. 지금 정부는 단순히 그같은 네덜란드식 사회적 합의기구의 도입으로 현 경제난국과 잘못된 노사관계 관행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듯하나 이는 신중하게 재검토되어야 한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비슷한 사회적 합의제도가 존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는 중앙노사정협의회와 네덜란드의 SER를 직접 모방해 설치한 노사정위원회가 그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성공한 노사합의에 의한 경제위기 극복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제도에 있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네덜란드의 사례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경제위기를 건전한 가치관을 가진 노조와의 협조를 통해 극복한 것이나 우리의 경제위기는 오히려 내부적 요인에 기인하는 면이 크다. 대기업 노조 중심의 극렬한 노동운동이 노노간의 소득격차를 크게 했고 기존 취업근로자의 과도한 욕구가 신규 인력의 노동시장 진입을 저지하고 있다. 공익을 우선 생각해야 할 공공부문의 노조는 국민생활 편의와 산업 활동을 빌미로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하도록 정부와 국민을 압박하고 있다. 전투적인 노동운동으로 세계에 알려진 노동계의 잘못된 가치관이 경제위기속에서도 극렬한 노동운동을 전개하여 경제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노동계의 욕구자제가 있지 않고서는 극복이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의 사례가 모범모델이 될 수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정부가 노조에 대해 경영참가까지 허용하는 합의기구를 도입하겠다는 발상을 한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보기 어렵다. 노사문제와 관련된 외국의 제도도입은 여타분야 못지 않게 그 사회가 안고 있는 문화적 풍토,의식 수준에 대한 상당한 고려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처럼 도덕적 가치관과 책임감이 의문시되고 있는 노동계에 경영참가를 허용한다함은 노동계의 극한 투쟁개연성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우려된다. 어느 나라고 간에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정부가 취했던 기본 입장은 그 정책대안이 무엇이든 간에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점을 새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