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부총리겸 재경부장관이 현금거래가 많은 자영업자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의 매출누락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현금영수증 카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자영업자의 모든 소득이 자동적으로 국세청의 전산망에 드러나게 하는 과학세정을 실현하겠다"는 김 부총리의 다짐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재정적자가 누적된 가운데,사회복지 강화 등으로 인해 재정수요는 계속 늘아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무당국이 자영업자의 매출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파생되는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가가치세 탈루가 해마다 수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소득 축소신고에 따른 소득세 탈루는 물론이고,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는 바람에 기금재정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에 어긋나는 인정과세 관행으로 인해 세제가 왜곡되는 동시에 세무비리가 촉발된다는 사실이다. 봉급생활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낸다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근로소득세 면세점을 높여주다 보니,면세자 수가 전체 근로소득자의 46%에 달하고 있다. 또한 전체 사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1백81만명이 연간매출 4천8백만원 이하인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부가세 세수의 1.7%만을 내고 있고 여기에 연간매출 2천4백만원 이하인 소액부징수 사업자까지 감안하면,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일반과세자가 부가세 대부분을 납부하는 셈이다. 이러니 과세형평은 물론이고 근거과세를 위해서도 과표누락 방지가 시급한 과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현금영수증 카드제가 과연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소비자가 현금으로 값을 치르면서 제시한 카드를 자영업자가 단말기에 찍으면 거래내역이 자동으로 국세청에 보고되고 소비자는 영수증을 모아 연말에 소득공제를 받는다는데, 현금카드 사용을 유도하기가 쉽지않다는 것이 결정적인 약점이다. 정부당국은 단말기를 깔지 않는 사업자에 대해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에겐 소득공제를 준다고 하지만,카드결제를 피하기 위해 자영업자들이 값을 깎아주는 현실에서 이같은 구상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기존 신용카드와 직불카드 사용을 촉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고 직불카드용 단말기 설치에 대한 국고보조를 늘리는 조치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