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사실상 백지화될 것 같다. 인수위가 철도 가스 지역난방 등에 대해선 민영화 방침 자체를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이미 민영화 작업이 상당히 진행된 전력부문에 대해서도 추진방식을 달리하겠다고 나섰다니 말이다. "공기업을 특정 재벌이나 외국자본에 매각하는 현행 방식에는 문제가 있으며,향후 공익성을 담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노무현 당선자의 뜻도 똑같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견해도 이같은 방향전환을 확인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물론 "민영화가 공기업 혁신을 위한 유력한 방안 가운데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는 인수위 관계자의 원론적인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공기업의 경영혁신을 꾀할 다른 마땅한 정책수단이 있다면 굳이 민영화만을 고집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민영화 외에 현실적인 대안이 무엇이냐는 것인데,이점에 대해선 "국민적인 공감을 얻어야 하고 민영화 이후의 소유지배구조도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 말고는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어 향후 정책방향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동안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적지 않은 논란과 마찰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이같은 사회적 비용을 무시하고 이제와서 민영화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니 솔직히 당혹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재검토 과정에서 또다시 불필요한 마찰이 생기거나 집단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하는 점도 우려된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확실하게 혁신하기 위해선 민영화 외엔 달리 마땅한 대책이 없으며,그것만이 고질적인 공기업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공기업 통폐합을 둘러싼 논란 역시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주공과 토공의 경우 현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토돼 국무회의에서 통합쪽으로 결론이 났는데도 불구하고 해당기업 노조의 반발,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의 눈치보기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일부에선 이들이 수행해야 할 공공기능이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그렇다고 해서 이들 두 기관이 별도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공기업 통폐합도 과감하게 추진해야 옳다. 민영화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도 좋지만 인수위측의 이같은 태도변화가 혹시라도 노조 등을 의식한 나머지 인기영합적인 정책혼선으로 변질돼선 결코 안되며,별다른 대책 없이 무작정 시간을 끌어서도 안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