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보건원(NIH)은 해마다 1억달러 이상을 침술을 비롯한 대체의학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한국도 이 분야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서둘러야 합니다." 대체의학 분야의 한국과 미국간 공동연구협의 등을 위해 최근 한국에 온 조장희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66)는 조선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의 대학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체의학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그는 지난 75년 MRI(핵자기공명단층촬영장치)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PET(양전자단층촬영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와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거쳐 현재 캘리포니아대 방사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는 "침술로 인간의 뇌에 여러가지 자극을 가할 수 있다"며 "손과 발에 침을 놓아 통증과 관련된 뇌의 한 부분을 통제해 통증을 느끼지 않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1백60명을 대상으로 침술을 적용한 결과 40명이 통증에서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결과를 MRI로 확인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현재 캘리포니아대에서 10여명의 연구진과 함께 침술과 뇌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팀에는 마취과 신경외과 교수는 물론 한의학을 전공한 원광대 교수 3명도 참여하고 있다. "침술에 대한 연구성과가 알려지면서 올초엔 중국 베이징에 있는 톈탄의대 학장이 직접 찾아와 공동연구를 제의해 왔습니다." 그는 "신경과 의사만 8백여명을 보유하고 있는 이 대학과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뇌에서 자율신경이나 화학물질분비를 조절하는 부분을 침술을 이용해 자극하고 이를 통해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과 장비를 개발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침술의 과학화를 통해 획기적인 질병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92년 등산을 하다 다친 허리를 침술로 고치면서 침술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MRI 등 첨단 의료기를 활용,침술 연구를 과학화하는데 주력해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서울대 전기전자학과를 졸업하고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