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흡연 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애연가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흡연으로 인해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터에 거리에서마저 흡연이 금지된다면 애연가들은 아예 설 땅을 잃을 것이라는 주장을 편다. 담배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금연운동이 갈수록 힘을 받으면서 금연자가 늘어나는 것도 다름 아닌 건강 때문이다. 이제는 대학에 입학할 때 흡연자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제안까지 나와 일부 대학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담배가 일종의 사회악으로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여야 의원 57명이 엊그제 서명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도 이런 사회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 같은데 거리흡연이 과연 법으로 강제할 성질의 것이냐는 논란이 분분하다. 법안제안서를 보면 보행흡연은 다른 사람에게 화상을 입힐 위험성이 있고 옷을 태우고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를 열거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한 자치구가 거리흡연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내세운다. 거리에 나가 보면 담배보다는 간판 신축공사장 가스관 주유소 등 위험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훨씬 많다. 간접흡연의 피해가 있다고는 하지만 자동차 매연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도쿄 거리엔 10∼20m 간격으로 전용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으나 우리의 경우엔 담배를 버릴 재떨이 하나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해결할 일을 법률만능주의에 빠져 법이란 잣대로 재단하려 할 때 더 큰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지적을 곰곰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현실성 없는 법이 시행되면 자칫 '법 냉소주의'를 초래할 위험성도 다분하다. 우리 사회에는 예부터 다례(茶禮)처럼 담배예절(煙禮)이 있었다고 하는데 무작정 금연을 강요하기보다는 기초생활예절의 하나로 금연캠페인을 전개하면 어떨까 싶다. 흡연자들이 지난 5월 탑골공원 앞에서 흡연환경보장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는 '담배 피울 수 있는 권리'도 있다는 점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