裵洵勳 <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초빙교수 > 이공계 지원 학생들이 해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기술인력 양성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취업에 유리한 분야인 법학 의학 경영학 등에 학생들이 몰리는 사정은 이해가 간다 하더라도,일반 사회 인문계열을 선호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공계는 '수학 물리 화학 등 어려운 과목을 해야 하고,졸업 후 응분의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남자들의 경우 대학을 졸업한 뒤 군 복무를 정식으로 마치고 자기 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업무를 안정적으로 담당하기까지는 10여년이 걸린다. 과연 2010년대에는 이공계 출신이 별 볼일 없는 것일까? 학생들의 학과 선택 기준은 논리적이기 보다는 한 때 유행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수학과 과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회지도층'으로 활동하는 데 지장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세계의 무한경쟁 시대에 한국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능력을 차별화할 것인가? 지식정보 시대에는 인문 사회계열의 인력에게도 수학과 과학을 통한 논리적 사고의 훈련은 필수적이다. 1960년대,1970년대 산업화 초기의 취업하기 힘들 때에는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기술이라도 습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이공계로 많이 진출했다. 이공계에는 외국에서 장학금을 주는 기회도 많아 외국 유학도 많이 갔고,또 미국으로 아주 이주한 과학기술자도 많았다. 1970년대 정부는 두뇌 유출을 우려,여러 출연연구소를 설립해 우수한 이공계 출신들을 좋은 조건으로 유치했다. 동시에 기술개발에도 정부예산 대비 비율이 세계 4위가 될 정도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연구 개발을 권장했다. 그러나 정작 기술의 수요처인 산업계는 대부분 국내기술보다는 외국기술과 외국첨단부품,기계를 도입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했다. 오늘날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수요에 의한 연구 개발'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술시장'이 형성되고 상업적으로 기술이 개발돼야 기술 혁신체계가 효율적으로 변한다. 물론 투자 자본의 회수가 장기이고,리스크가 큰 사업은 계속 공공자금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상업적인 기술은 공급측의 관리 강화로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보다는 기술시장을 형성해 시장 메커니즘으로 필요한 기술이 스스로 개발되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 산업계에서는 비싼 해외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경쟁력이 생기지만,'비교적 저렴한 국내 기술을 도입하면 추가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많아 결국은 경쟁력이 뒤떨어진다'는 선입관이 있다. 기업 내부에서 도입한 핵심기술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주변기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능력이 부족한 점도 있지만,기술 공급측인 연구소에서도 기업들에 제공하는 기술을 기업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주변기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초기 투자는 정부가 공공자금으로 부담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구소의 상업적 운영이 활발하게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의 기술 개발은 산업 경쟁력과 연계될 수 없다. 이제 여건이 변했으니 국가적인 혁신체제의 지배 구조를 재구성해 기술시장을 조성하고,기술개발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똑같은 기술자가 해외에서는 높은 임금으로 일하더라도 생산적인데,국내에 들어와서는 저렴한 임금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는 연구를 못한다는 것은 체제의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공과대학에 더 많은 장학금을 제공, 지금의 방식으로 교육해 공급을 늘리는 것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력 수급면에서 공급 초과를 발생시켜 기술자들의 수입이 줄어들고,이는 새로 대학에 진학하는 젊은이들이 이공계 지망을 기피하는 악순환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 대학교육도 유능할수록 소득이 올라가는 인력시장이 형성돼야 스스로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국가 경쟁력하고는 구체적인 연관이 없는 추상적인 기준으로 평준화하는 채용 방법으로는 인재 수급에 불균형을 초래할 뿐이다. soonhoonbae@kgsm.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