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구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와 함께 호남의 대표적 대기업체인 금호그룹의 후계구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해말부터 사실상 그룹 경영을 지휘해온 고 박 회장의 동생인 박삼구 그룹 부회장이 '대권'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박 회장의 자녀들이나 조카들 대부분이 나이가 어린데다 기업경영과 관계없는 일에 종사하고 있어 '3세 경영'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측도 박삼구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 현 경영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고 박 회장은 지난 1996년 회장직을 맡으면서 "65세가 되면 동생에게 그룹을 맡기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기도 했었다. 현재 광주에서 살고 있는 고 박 회장의 모친인 이순정 여사(93) 역시 금호 특유의 '형제 경영'에 애착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부회장 체제 진입=고 박인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부회장은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지난해 미국 9·11테러 사태의 후유증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보여줘 그룹 안팎에서 신뢰를 얻고 있다. 특히 연초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금호타이어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매각이라는 '결단'을 내리는 담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박삼구 부회장의 그룹 회장직 승계가 당장 가시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부회장 스스로 서둘 의사가 없는데다 현재 추진중인 그룹의 구조조정을 완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 박정구 회장이 어떤 내용의 유언장을 작성했는지도 관심사다. 고인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3.62%,아시아나항공 지분 0.29%가 누구에게 상속되느냐에 따라 그룹의 차차기 경영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현재 금호 일가의 계열사 보유지분은 △박성용 명예회장 △고 박 회장 △박삼구 부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이 거의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금호측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고 박 회장의 계열사 지분은 아들인 철완씨(24)에게 상속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지만 철완씨가 아직 대학생 신분이어서 그룹 경영구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 현황=구조조정작업이 착실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월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과 금호타이어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데 이어 5월에는 아시아나공항서비스(AAS) 지분 85%를 아시아지역 주식투자 전문펀드인 러셀AIF에 팔았다. 최근에는 도심공항터미널 지분(38%) 매각을 위해 대주주인 한국무역협회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호 구조조정의 최대 관건은 1조5천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금호타이어 매각협상이다. 칼라일 측은 국내 광주 곡성 공장 실사를 끝낸데 이어 이번주초 중국 난징(南京)공장 실사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금호는 다음달중 칼라일측으로부터 최종 인수제안서를 받아 늦어도 10월까지는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