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년 동안 경영대학원을 운영해왔다. 경영대학원이란 제도는 참으로 좋은 제도다. 그 가장 큰 장점은 학부에서 무슨 공부를 한 사람이건 학사 학위만 있으면 문이 열린다는 점이다. 학부에서 철학을 공부한 사람도 있고 음악을 공부한 사람도 있다. 사법연수원생도 있고 특허사무소를 경영하는 사람도 있다. 나이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며 50이 넘은 사람도 3명이나 있다. 이들 거의가 직장에서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경영학을 공부하겠다고 경영대학원에 들어 온 이들은 '진짜학생'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세상 곳곳에서 산전수전 다 겪으며 30대 40대 50대가 돼 경영학을 공부하겠다고 대학원에 올 때는 문자 그대로 '정말로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인 것이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의를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는 이 노학생들을 볼 때마다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학교가 바로 이런 학생들로 구성될 수 있다면 우리 교육의 생산성은 엄청나게 올라갈 것이라고 느낀다. 학부학생들에게 강의할 때와는 다른 기분인 것이다. 이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은 최첨단 경영학이다. 모든 것이 '경영'으로 통하는 오늘날 최첨단 경영학을 2년 내지 2년반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나면 이 사람들의 경쟁력은 그가 어느 분야에 있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다. 이미 갖추고 있던 기본적인 학문소양과 사회 경험에 전문적인 지식이 배합 되니 그만큼 경쟁력 향상의 속도가 빠른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토목을 공부한 사람이 경영학을 배우고 나면 이과와 문과를 다 섭렵한 전문가적 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같은 논리는 의료분야에도 적용된다. 고등학교 때 부모의 권유,또 사춘기 시절의 막연한 동경 같은 것으로 의과대학을 간 사람과,대학 시절의 방황과 고뇌를 통해 자기와 세상을 훨씬 더 잘 알고 난 다음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한 사람과는 의과 공부에 임하는 자세가 이미 다르다. 그것이 자신의 천직임을 느낀 사람이 공부할 때는 공부의 능률,직업 의식,전문인으로서의 성숙성 등 모든 것이 다른 것이다. 법 분야도 마찬가지다. 만약 대학을 졸업한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법률전문대학원이 있다고 한다면 법학 교육의 능률이 올라 갈 것은 물론 한 나라가 시민에게 줄 수 있는 '선택'의 질과 양이라는 면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생긴다. 나는 미국에서 법률전문대학원에 다닐 때 나이 30,40,50이 된 여러 급우들과 같이 공부를 했다. 이들은 각기 사회의 각 분야에서 10년,20년,30년씩 일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와서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결론을 내리고 법률전문대학원에 들어 온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생과 사회의 경험,또 전문성들을 접하고 나누면서 전체 급우들의 지식과 교양,그리고 삶에 대한 예지가 엄청나게 높아졌다고 나는 느꼈다. 이런 사람이 변호사가 되면 변호사로서의 경쟁력도 크게 높아진다. 만약 학부에서 토목을 전공한 사람이 법률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면 이 사람의 토목 분야 변호사로서의 경쟁력은 월등해진다. 이 사람과 대학 때부터 법만을 공부한 변호사가 각기 토목 분야의 송사나 협상의 상대가 됐을 때 누가 더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를 고객에게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법률전문대학원이 생기면 대학들의 고시촌화 문제도 단번에 해결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학원에 들어가는 자격은 법률 지식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의 성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법률 공부가 아니라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그렇게 보수적이던 일본마저도 이제 법률전문대학원으로 가기로 최종 결정을 했다고 한다. 오늘날 한 나라의 경쟁력은 한마디로 자원도 아니고 돈도 아니고 기술도 아니다. 사람의 경쟁력이다. 경쟁력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전문성'이라는 경쟁력이다. 경영 법률 의료 등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문성이 중요한 분야다. 왜 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해 그렇게들 논란이 많고 주저하는지 솔직히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scjunn@sejo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