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8(G7+러시아) 정상회담이 26일 캐나다 로키산맥의 깊은 산중에서 이틀 일정으로 개막됐다. 이 정상회담에서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무역과 투자자유화를 지지하는 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점이다. G8정상들은 회담후 발표할 공동성명에서 "개발도상국의 가난을 퇴치하고 세계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유무역 증진"이라고 강조할 게 분명하다. 특히 무역분쟁 상태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공동성명의 한 조항에서 자유무역원칙을 재확인하고 협상과 타협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이 약속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가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있게 '예'라고 말할 수 없다. 작년 11월 카타르 도하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 세계 1백44개국은 뉴라운드 출범에 합의,세계무역전선에 서광이 비췄다. 그러나 그후 얼마되지 않아 세계무역 수평선은 어두워졌다.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캐나다 목재에 대한 관세부과,농업보조금 확대 등 미국 정부가 취한 자유무역에 역행하는 조치들 때문이었다. 미국 의회도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일명 패스트트랙)을 승인하면서 보호주의 단서를 달았다. 미국의 교역파트너들도 미국의 세이프가드에 맞서 보복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EU와 일본 인도 중국 등은 오토바이에서 오렌지주스에 이르기까지 각종 미국상품에 대한 수입제한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1백44개 WTO회원국들은 오는 2005년 1월까지 뉴라운드협상을 타결하도록 돼 있다. 세계무역자유화를 더 높이고 개도국의 농산물과 섬유시장 개방을 확대하는 것이 뉴라운드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뉴라운드협상은 미국과 EU 등 핵심국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분쟁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시한에 맞춰 타결되기 어렵다.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들이 로키산맥 휴양지 카나나스키스에 모여 가난한 아프리카대륙에 대한 원조방안을 주요 의제로 다루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G8정상들은 자신들의 원조에 맞춰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올바른 정책을 펼치고 우호적인 투자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해 매우 고무돼 있을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극빈국들에 대한 부채탕감과 지원프로그램에서 더 많은 성과가 이뤄질 게 확실하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시장을 닫아버리면 이 가난한 나라들이 농산물을 증산하고 산업투자를 확대해 공산품생산을 늘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의 상품을 수입해줄 나라들이 없으면 선진국들이 아무리 부채를 탕감해주고 원조를 늘린다 해도 아프리카대륙은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선진국들이 무역장벽을 쌓을 경우 가난한 나라들에 대한 지원과 원조는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세계수출에서 차지하는 아프리카의 비중은 2%에 불과하다. 이런 아프리카가 선진국원조에 힘입어 수출비중을 조금만 더 높일 수 있다면 금방 경제번영을 이룩할 수 있다. 때문에 오는 8월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릴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세계정상회의'라는 타이틀의 유엔정상회의는 무역장벽제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개도국은 선진국시장이 더 열리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G8정상회담에서 선진국들은 무역자유화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무역은 아프리카 빈국들과 개도국들이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마리아 리바노스 캐토이 국제상공회의소(ICC)사무총장이 최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에 기고한 칼럼 'Empty words on trade won't do'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