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깨뜨려라' 발상을 바꾸면 마케팅이 보인다. 금기는 액땜으로,징크스는 모험으로,디지털은 아날로그로. 생각의 각도를 달리한 역발상 마케팅이 각 부문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델몬트의 '액땜마케팅'은 가히 최고봉감이다. 금기를 액땜으로 바꿔 젊은층 사이에 시험전 합격기원 선물로 바나나를 대유행시킨 것. 델몬트와 이 회사의 PR를 맡은 대홍기획측은 일부 신세대들이 수능전 즉석 미역국이나 바나나 등을 선물한다는 엽기 행각에 주목했다. 예부터 '미끄럼'을 연상 시킨다는 이유로 시험전 금기로 여겨져온 품목들을 아이들이 오히려 실전에서의 부정을 예방하는 액땜으로 여긴다는 것. 이같은 트렌드를 발빠르게 포착한 델몬트측은 지난 수능부터 바나나를 액땜선물로 띄우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을 시작했다. '미리 미끄러지면 착∼ 붙습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학교앞에서 바나나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아이들은 열광적인 호응을 보냈고 바나나 선물이 일대 유행이 됐다. 이젠 수능은 물론 입사시험,대학원 진학,운전면허시험 등 각종 시험의 필수 액땜 선물 아이템으로 자리잡았고 덕분에 바나나 수입업체들은 '시험특수'라는 새로운 대목을 맞았다. 이에대해 한국델몬트의 전은경 과장은 "실제 바나나는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완전 자연식품"이라며 "중대사를 앞둔 이들에게 심리적 만족감까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TF 매직ⓝ(제작 제일기획)은 불문율을 과감히 깨는 모험으로 돌려 성과를 올린 케이스다. 예전 H.O.T 멤버였던 가수 강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을 뿐더러 미발표곡 '북극성'을 CF 배경음악으로 쓴 것. 그룹활동을 하다 솔로로 독립한 가수가 성공한 경우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캐스팅이 금기시돼 왔다. 더군다나 미발표곡을 CF 배경음악으로 미리 사용한 것도 파격적이었다. 결과는 동반히트. 매직ⓝ 광고는 방영 1주일만에 광고호감도 순위 상위에 랭크됐고 음반도 출시 1주일만에 50만장이 팔려나갔다. 인터넷 쇼핑몰 롯데닷컴에서는 공동구매 품목으로 진열된 '옛찐빵'이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총아인 인터넷 쇼핑몰에서 옛날식 찐빵을 만난다는 점이 이질적이지만 친근하다는 반응. 롯데닷컴의 강현구 이사는 "옛날 상품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동시에 롯데닷컴 이미지를 정겹고 따뜻한 쇼핑몰로 차별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또 롯데 자일리톨껌은 양치질 뒤에 껌을 씹으라는 역발상 슬로건으로 껌에 대한 인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꾸면서 올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부상했다. 제일기획 문재한 국장은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마케팅 기법은 더욱 다양해진다"면서 "금기나 징크스는 철저한 기획이 뒷받침된다면 참신함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훌륭한 마케팅 소재"라고 말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