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옥씨(28)와 남편 김승국씨(30)는 맞벌이 신혼부부다. 사는 곳은 분당신도시 정자동. 양씨가 남편과 함께 주말에 어김없이 들르는 곳은 분당 오리동에 있는 농협 하나로매장과 집 근처 할인점 이마트다. 과일 야채 고기 쌀 등 생식품은 하나로매장에서,비누 치약 같은 생활용품과 햄 소시지 등 가공식품은 이마트를 이용한다. 삼성플라자 롯데백화점 분당점 등 백화점이 두곳이나 있지만 명절과 부모님 생신 때가 아니면 이곳에서는 아예 물건을 사지 않는다. 옷 살 필요가 있을 땐 일단 백화점 아이쇼핑을 통해 유행하는 스타일과 색상을 눈여겨 봐둔 후 근처 패션쇼핑몰(씨마 1020)에서 비슷한 형태의 옷을 구입한다. 돈을 적게 들이면서도 쇼핑엔 만족해 한다. 전업주부 한희자씨(38)의 경우는 계절이 바뀔때면 어김없이 서울 구로동을 찾는다. 구로공단 일대에 퍼진 아울렛에서 값싸면서도 괜찮은 옷들을 건지기 위해서다. 아울렛은 철 지난 이월상품이나 유행을 비껴간 재고품들을 정상가의 20∼30%에 파는 의류 할인점. 구로 아울렛은 지난 90년대 초반 이 일대 의류 생산공장들의 재고품 처리장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2공단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2㎞ 일대에 완전한 타운을 형성했다. 한사랑 패션몰,원신,마리오 아울렛 등 대형 아울렛몰들이 들어서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실속쇼핑이 뿌리를 내리면서 전국적으로도 할인점과 패션아울렛 등 저가형 점포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할인점은 이미 전국 중소도시로까지 파고들었다. 제일기획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할인점 이용률은 거의 전 세대에 걸쳐 백화점 이용률을 웃돌고 있다. 업계는 전체 매출액 측면에서도 할인점이 백화점에 육박했으며 내년부터는 백화점을 앞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렛 타운도 하루가 다르게 생겨나고 있다. 서울에서는 구로동 문정동 창동 목동 등에 이미 타운이 형성됐다. 분당 용인 일산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등 지방도시에도 잇따라 아울렛 거리가 생겨나 패션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일산 덕이동의 경우 타임,마인,폴로,아놀드파머 등 2백50여개 유명 브랜드 할인매장을 비집고 물건을 고르는 주부 여대생 직장인들로 주말은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에 밀려 고전하던 중소 백화점들의 경우는 아울렛으로 업태를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한신코아 대전점은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업태를 변경한 후 코너별로 1백%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 김재문 책임연구원은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문화는 20∼30대 젊은층이 이끌고 있다"며 "이들은 해외여행 등 목표를 세운 일에는 큰 돈을 쓰지만 일상적 쇼핑은 돈을 아끼는 양면성을 보이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실속구매 행태가 소비문화의 대세로 자리잡음에 따라 할인점이나 아울렛과 같은 저가형 점포들은 더욱 각광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창동·송종현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