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한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김대중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제2의 IT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침체된 국내 IT업계에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하겠지만 몇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점 또한 적지 않다고 본다. 빌 게이츠 회장은 방한기간중 국내 IT업체 및 금융권과 접촉,사업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 특히 삼성전자와는 디지털 가전 및 홈네트워킹,한빛은행과는 모바일 금융서비스와 관련해 각각 협력방안에 합의했다고 한다. 그 목적이 윈도 XP의 성공적 착지와 PC 모바일 가전 등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운용한다는 소위 닷넷전략의 실현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MS사가 한국에 큰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명백하다. 광대역 통신망 등 훌륭한 인프라가 그 중 한가지일 것이고,무선인터넷 시장의 잠재력과 디지털 가전 분야의 생산기술력 또한 고려됐을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신기술의 테스트 베드로서 가치가 큰 데다 하드웨어적 측면에서도 협력할 만한 기반을 갖췄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조건만 갖고서 우리가 제2의 IT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빌 게이츠 회장이 언급했다는 또 다른 지적에 보다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그는 그동안 많은 닷컴기업이 쓰러졌지만, 앞으로 1년만 더 정리단계를 거치고 나면 IT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제2의 르네상스를 언급한 근거이기도 하지만 아직도 IT업계의 구조조정이 중요한 전제조건임을 강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와 함께 구(舊)경제를 너무 무시했다면서 깊이 반성한다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단기간에 모든 것이 변화될 수는 없으므로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를 강조한 말이지만,구경제에 IT를 융합하는 조정이 IT산업 자체의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 하드웨어쪽에서는 성과를 거뒀으나 소프트웨어 분야가 좀 더 발전돼야 한다는 충고 또한 주목해야 한다. 사실 소프트웨어는 수출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탐내는 IT 인프라를 생각할 때 국내 시장에서 과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다. 결국 제2의 IT 르네상스는 우리가 그냥 기다리거나 또는 외적 환경이 호전된다고 해서 찾아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기존기업들의 IT융합,소프트웨어 육성을 통한 IT의 균형적 발전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