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전격적으로 큰 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어느 모로 보나 당연한 일이다.국내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데 대한 발빠른 대응이란 점에서 그렇고, 미국 테러사건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주요국들이 잇달아 금리를 내리는 국제적인 추세에 공조한다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크다. 사실 우리 경제는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2.7%로 낮아진데 이어 3·4분기 들어서도 성장둔화 추세가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테러사건이라는 악재가 겹쳐 경기침체의 가속은 물론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에 한은이 이례적으로 임시금통위를 열어 금리인하를 결정하고,그것도 예상밖의 큰 폭으로 단행한 것은 경기침체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중앙은행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물론 다른 나라에 비해 위기대응 측면에서 다소 뒤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콜금리 인하에 그치지 않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총액대출한도를 늘리고,적용금리도 낮춤으로써 금융기관들의 기업대출 유인을 강화한 것은 물가불안 우려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로 이해한다. 문제는 이번 금리인하가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시장의 반응도 그렇고,전문가들 견해도 크게 기대할 만한 해결책은 못된다는 게 일반적이다.IT분야의 공급과잉 등 경기침체의 근본원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는데다 미국의 군사행동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도 아직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있어서다. 또 국내금융시장의 여건을 보더라도 금리의 자금수급조절 기능이 거의 무력화되다시피한 상황이어서 소비 및 투자심리의 진작, 또는 주식시장 활성화 등에 크게 기여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전철환 한은총재가 이번 금리인하 배경에 대해 더 이상의 경기침체 악화를 막기 위해 불가피했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한은은 금리를 내리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는 환경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금리인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강구하면서 금융기관들의 기업대출 확대 유인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국제경제 여건이 워낙 불확실한 만큼 조그만 변화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추가적인 대비책 마련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