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기업.금융.공공.노사 등 4대부문 개혁의 점수를 매긴다면 90점 수준으로 보고 싶다"

데이비드 코 IMF 서울사무소장이 한국언론재단 초청강연회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높은 점수를 줬다.

코 대표가 아니더라도 한국의 경제개혁 성과에 대해 해외의 평가는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런데 국내 여론이나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4대부문 구조조정의 경우 관치경제만 심화시켰을뿐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는 부정적 평가가 강한 편이다.

60∼70점을 줄까 말까 하는 정도다.

우리의 경제개혁에 대해 왜 그같은 시각차가 빚어지는 것일까.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고, 반대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도 많다.

때문에 그 평가가 다를수 있다.

또 보는 관점에 따라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 이유를 정확히 규명하기란 불가능하다.

다만 몇가지로 추측해 볼 여지는 있다.

우선 인식의 차이를 들수 있을 것이다.

사실 평가의 내용과 논리를 찬찬히 뜯어보면 해외의 긍정적 평가나 국내의 부정적 시각은 그 근거에 있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같이 지속적인 구조개혁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지금까지의 구조조정 성과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단순화시키면 표현상의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는 문제다.

또 다른 관점에서 이해한다면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낙관하는 반면 우리 국민들은 눈앞의 경제현상들, 즉 실업과 기업도산 등에 부딪치면서 ''그래도 미래는 밝다''고 멀리 내다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측면도 무시할수 없을 것 같다.

경제계 일각에서는 외국인들이 거시경제지표 또는 경제현상만을 집중적으로 보고 판단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경제현상뿐만 아니라 수시로 발생하는 정치혼란과 노사갈등 등 사회적 현상까지 함께 묶어 생각하다 보면 자연 부정적 결론에 이르는게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수준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가령 국제사회에서 보는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외환위기를 함께 겪었던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해 탁월한 개혁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한국경제의 진정한 실력, 다시 말하면 감당할수 있는 한계의 범위를 설정하고 그 기준에 비해 성공적인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책에 대한 기대목표가 경제의 토양과 관행이 다르고 발전단계도 앞서 있는 미국 등 선진자본주의 국가수준에 맞춰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경제전문가들의 잣대에서 그같은 현상이 많이 나타난다.

과연 바람직한 현상인지 한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왜 그렇게 높아졌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가 조장한 측면이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개혁목표를 제시하거나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상(理想)을 지향하는 개혁정책의 추진이 결코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빅딜로 불렸던 사업구조조정이나 의약분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달말까지 4대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것도 비슷한 유형에 포함시킬수 있다.

관치경제를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무리한 목표설정으로 단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조급함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불러들이는 촉매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3주년을 맞아 개혁성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부는 정부대로 22일 이한동 국무총리의 기자회견에 이어 오는 26일에는 경제장관들이 합동으로 참여하는 대국민 경제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또 3월1일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 이후 세번째로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기로 돼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 4년차를 맞아 당면과제와 새로운 정책방향을 밝힐 것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

다만 지나친 낙관으로 국민의 기대수준을 부풀리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개혁성과에 내실을 보태는 전략, 그리고 기업의욕을 부추겨 경제의 자생력을 확충하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