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투자회사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대주는 투자주체였다.

그러나 이번 진승현 사건을 계기로 일부 창투사도 종금 신용금고처럼 관계 기업의 자금조달창구로 전락해 버렸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창투사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중기청이 지난 7월7일부터 8월3일까지 실시한 정기점검 결과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곳은 없다''는 말이 생각날 정도였다고 중기청 관계자는 말했다.

당시 중기청으로부터 점검을 받은 창투사는 경남창투 금창창투 뉴비전 무한기술 성신창투 세종기술 웰컴기술 충북창투 에이스월드 국두창투 I&D창투 등 12개사였다.

이들 점검대상 회사 가운데 국두창투는 자본금을 위장납입한 뒤 전액출금했으며 관계 기업과 회계구분없이 자금을 운용하다가 들통이 나 등록이 취소됐다.

에이스월드도 등록을 한 뒤 곧장 자금을 인출했으며 자본금 조성내역이 불투명한 것으로 나타나 중기청은 이번 주안에 이 회사의 등록을 취소할 방침이다.

관심의 대상은 역시 이머징창투.

중기청의 당시 점검 결과 이머징창투는 산하 투자조합과 내부자거래를 일삼을 것으로 밝혀졌다.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투자자금을 보다 쉽게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내부자거래를 활용한 것으로 중기청은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머징창투는 경고조치라는 경징계를 받았다.

업계 일각에서 진승현 MCI대표의 자금조달방법이 교묘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차입금으로 외부자금을 조달하는 것에 대해선 중소기업청이 제재조치를 내릴 수 없다는 걸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창투사의 불법 부당행위를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먼저 중기청이 창투사의 자금운용 전반에 대해 강제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창투사의 투자대상을 제한하기 보다는 관광 문화산업 등의 분야로까지 넓혀 줘야 한다는 견해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이같은 규제완화보다는 창투사 스스로 투자업무 이외의 이른바 ''돈놀이''를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근본대책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치구 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