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만큼 사람들에게 평판이 좋은 곤충도 드물다.

7년동안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허물을 벗고 새로운 생을 누리는 매미는 고대인들에게는 달처럼 재생 부활 탈속의 상징이었다.

울음소리가 비를 부른다고 해서 매미를 죽이면 가뭄이 든다는 속신도 있다.

유교에서 매미는 군자지도(君子之道)를 상징한다.

이슬만 먹고 곡식을 먹지 않는 청렴함,집을 짓지 않는 검소함,철에 맞춰 허물을 벗는 절도와 신의가 군자의 덕목과 같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의 관찰 내용을 보면 매미는 결코 이로운 곤충이 아니다.

유충은 나무뿌리에서 수액을 빨아먹고 성충은 햇가지 속에 알을 낳아 나무를 말라 죽게 한다.

또 앙리 파브르도 지적한 것 처럼 한꺼번에 울어대는 매미의 울음소리는 소음에 가깝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귀머거리의 고함소리''다.

매미는 곁에서 쏘는 대포소리도 듣지 못한다.

올여름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매미의 서식이 급증해 전남 나주 등 지방에서는 배나무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을 비롯 도시의 아파트단지에서까지 매미소리에 새벽잠을 설친다는 주민들의 불평도 나오고 있다.

주택가 소음기준이 60dB이고 귀에 거슬리는 확성기 소리가 80dB인데, 매미가 우는 나무밑은 82dB을 넘었다니 볼멘 하소연도 나올만 하다.

매미의 급증은 도시에 전보다 녹지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거나 7년만에 한번씩 성충이 돼 나오는 매미의 성장주기 때문이라는 둥 갖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아열대 곤충이 늘어나는 생태계변화 때문이라는 이유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길조였던 까치와의 전쟁을 벌여야 했던 때처럼 매미소탕작전을 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생태계 변화는 인간이 환경을 오염시켜 자초하는 재앙이다.

작가 최수철은 최근 펴낸 ''매미''라는 소설에서 "매미의 울음은 휴대폰을 통해 인간들이 어지럽히고 있는 음파의 세계에 대한 반란"이라고 했다.

소음이 돼버린 매미소리는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