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꺾어 머리에 꽂고/잎은 꺾어 초금불고/구경가세 구경가세/만고장판에 구경가세"

흥겹고 멋들어진 우리 민요의 한 대목이다.

그런데 이 민요를 들으면서 "잎은 꺾어 초금불고"의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버들피리나 보리피리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을 듯싶다.

초금은 초적의 다른 표현으로 우리말로는 "풀피리"다.

나뭇잎을 살짝 접어 불면 청아한 소리를 낸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악기랄 것도 없는 풀잎이 5백여년 전에는 악기의 하나로 어엿이 쓰였다는 점이다.

조선 성종때인 1493년 성현등이 편찬한 악서 "악학궤범"에는 향악기 7가지중 하나로 초적이 들어있다.

나뭇잎 그림과 해설까지 곁들인 것을 보면 당시에는 우리음악 연주에 풀피리가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나뭇잎이 단단하고 두꺼우면 다 쓸수 있고 옛날에는 복숭아나무 잎사귀를 썼으나 귤이나 유자 잎사귀가 더 좋으며 갈대잎을 말아서 쓰기도 한다고 했다.

잎사귀를 접어 입에 물고 휘파람불듯 하면 그 소리가 맑게 진동한다는 연주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배우는데 선생이 필요치 않고 곡만 알면 된다는 대목도 눈에 띈다.

일제때만 해도 강춘섭이라는 풀피리명인이 있어 음반까지 냈다는 것을 보면 풀피리의 역사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강춘섭 이후 풀피리의 맥이 끊겼고 그 소리는 잊혀진 소리가 돼버렸다.

이처럼 맥이 완전히 끊긴 줄 알았던 풀피리가 며칠전 서울시 무형문화재로,그 기능보유자로 풀피리연주의 달인 박찬범(52)씨가 지정됐다는 소식이다.

그의 실력이 국악계의 인정을 받아 나뭇잎을 악기로 되살려낸 셈이다.

풀피리의 경우는 이렇게라도 이어져 갈 수 있지만 다른 무형문화재의 경우는 심각하다.

"경국대전"에는 서울관청에 3백50종,지방관청에 27종등 모두 3백77종의 각 분야에 특수기능인 6천2백42명이 종사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 국가지정 무형문화재는 1백여종에 지나지 않는다.

전통기능은 그만큼 맥이 끊겼다.

이렇게 보면 무형문화재의 전승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