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 산업기술정보원 기술정보 분석실장 >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스닥 시장의 벤처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 엔젤클럽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벤처기업으로
폭발적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이러한 코스닥 시장의 과열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증권 시장이 과열현상을 보일 때마다 주가의 과대과소 평가와 관련한 거품
논쟁은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다반사로 있어왔다.

가까운 예로서는 금년초 일본 소니사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이 스스로
소니 주식이 과대 평가되어 상당부분 거품이 존재한다는 발언으로 인해 소위
"소니쇼크"를 야기한 적도 있다.

벤처산업은 모험적 투자에 의해 꾸려지는 이른바 고위험 고수익 산업이다.

5%만의 성공 확률을 갖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
과 묻지마 투자로 주가가 오른 한국의 벤처기업 사이에는 무언가 투자문화에
차이가 있다.

벤처기업들의 젖줄로서 미국 뉴욕의 장외등록시장인 나스닥을 본떠 1996년
7월 코스닥 시장은 출범했다.

1999년 12월말 기준 코스닥의 싯가총액은 1년전에 비해 14배가 증가한
1백6조원을 넘어섰다.

작년말 현재 코스닥 시장에 등록되어 있는 기업수는 총 4백50개.

이중 벤처기업은 1백72개로 전체 등록 기업의 38%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벤처기업의 등록 비율이 더욱 증가추세에 있다.

정부의 벤처기업 육성 정책은 코스닥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국민 경제의
활성화, 국제 수지개선, 고용촉진에 큰 기여를 해 온 것이 사실이다.

21세기 지식기반경제에서는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곧바로 국가의 경쟁력으로
연결된다.

또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특히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이 국가경제의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한정된 자금을 경쟁력있는 벤처기업에 선택적으로 집중 투자하는
것은 자금의 효율적 배분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벤처는 기술로서 승부를 걸어야 하고 투자자는 기술을 알고 투자를 해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중소기업청은 코스닥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벤처산업의 육성을 위해 코스닥 등록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평가 공시제"를
도입키로 한 바 있으나 아직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미국 나스닥에는 기술과 경쟁력이 없는 벤처기업은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작년 말 기준으로 나스닥의 "벤처기업 메이저리그"에 등록된 기업수는
4천8백여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그중 미국기업이 4천3백여개, 캐나다 1백49개,
이스라엘 86개, 영국 49개 순이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홍콩 22개, 호주 19개, 일본 17개, 싱가포르 3개, 대만
2개, 인도네시아 1개 등이다.

한국은 올들어 최근 한 기업이 상장을 했다.

그동안 우리에겐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혁신적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이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가 코스닥 시장에서 기술성 위주의 투자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산업기술기반조성에 관한 법률,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특별법 등에서 기술평가기관의 지정을
규정하고 있으며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국립기술품질원
중소기업진흥공단 한국과학기술평가원 등이 기술평가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

기술평가기관의 지정은 대부분 최근으로부터 1~2년내의 일로 기술평가업무가
아직은 초기단계 내지는 준비단계에 있다고 하겠다.

기술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술정보력 기술전문인력 기술분석력 등의
3자가 함께 어울려야 한다.

2002년 벤처기업의 수가 5만개로 늘어날 전망인 가운데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공인 평가시스템의 확립은 절실하다.

이를 위해 기존 평가기관의 육성.발전은 물론 국가의 모든 기술평가자원을
발굴하고 더욱 많은 전문평가인력의 양성과 전문평가기관의 육성을 꾀해야
한다.

또 어느 한 기관이 모든 전문인력과 자원을 골고루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평가 업무를 전문영역별로, 예컨대 기술성 평가전문기관, 사업성 평가전문
기관 등으로 나누어 지정할 수도 있다.

또 각각의 평가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종합 기술력 평가위원회의
구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정보를 금융기관 벤처캐피털 엔젤클럽 개인투자자들에게 제공
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기업가치평가정보에 대한 정보유통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기술을 평가해 객관적인 투자 판단의 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코스닥 시장을 일류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등용문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적어도 정책자금 또는 공공자금의 지원을 받는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기술
평가결과를 공시하여 투자자들에게 해당 기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 kimkho@kiniti.re.kr >

-----------------------------------------------------------------------

<> 필자 약력

=<>서울대 화학공학과 석사
<>산업기술정보원 기술특허2부 팀장 역임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