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변형(GMO) 농산물의 교역을 규제할 수 있는 국제 규범이 처음으로
마련됐다.

5년이나 끌어온 "생물안전 의정서"를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인 1백33개국
대표들이 지난 달 말 만장일치로 채택함으로써 유전자 변형을 거친 동식물과
미생물, 사료 등의 교역을 환경보호 차원에서 규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공식품에 대한 GMO 표기까지 의무화될 것이 확실해짐으로써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덜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GMO 식품에 대한 유해 여부는 아직 결론이 없다.

식량난을 해결할 녹색혁명이라는 예찬론과,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냄으로써
예측할 수 없는 잠재적 위험이 크다는 재앙론이 맞서있는 상태다.

이를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리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점에서 최소한 GMO 농산물이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중이었다.

의정서는 50개국이 비준한 뒤 90일 이후에 발효하며 그로부터 2년 이내에
추가협상을 통해 수출품에 대한 GMO 표기방식에 관한 협의를 끝내도록 돼
있고, 국제조직을 구성해 GMO가 환경피해를 유발한 경우 책임소재를 가리는
협상을 4년 이내에 마무리하게 돼 있다.

효력발효까지 긴 기간이 남았지만 GMO의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구온난화, 유독성 화학물질, 멸종위기의 동식물 등을 다룬 국제협약들이
모두 위험이 현실화된 이후 마련된 것과는 달리 인류적 과제에서 예방적
합의를 끌어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물론 미흡한 면도 없지 않다.

GMO 표기방식을 모호하게 규정한 것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의
관계를 "상호보완적"으로, 다른 국제협정과의 관계는 "하위에 두지 않는다고"
고 각각 애매하게 규정함으로써 국제 분쟁이 생길 경우 논란의 소지가 크다.

의정서의 후속 절차를 위한 추가 협상이 예정된 기간 안에 마무리될지도
미지수다.

이런 세계적 추세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여러 부처로 나뉘어진 GMO 업무를,
범정부적인 협의체를 구성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GMO 농산물의 검증능력도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아직 유치한 수준인 가공식품에 대한 검증능력은 물론 제초제에 저항성이
큰 콩과 내충성 유전자를 강화한 옥수수를 식별하는데 불과한 원료 농산물의
검증능력 보강에 인력과 자금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통상마찰의 소지를 없애면서 효율적인 수입규제가 가능하고
국민들이 불확실한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제대로 방지할 수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